피난굴 도로 폐쇄·마전동 팽나무는 유실
큰 넓궤 도로 훼손위기…보호대책 필요

◁주민들의 피란처였던 동광 큰 넓궤가 입구 앞뒤로 도로가 생겨나면서 훼손될 처지에 놓였다(사진 위). 마을을 상징하던 팽나무가 잘린채 밑둥만 남아 있다.

남제주군 안덕면 동광리 일대 4·3 관련 역사유적들이 사라지거나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4·3 당시 ‘잃어버린 마을’을 상징하던 동광리 마전동(麻田洞) 팽나무(수령 470년)는 지난 8월 태풍에 쓰러져 밑둥 만이 남아 있었다.

남군 지정(1982년 10월) 보호수이기도 한 이 팽나무는 그러나 24일 현재 흔적조차 남지 않았고 보호수 안내판은 엉뚱한 나무 앞에다 세워져 있다.

동광리 주민 120여명이 토벌대를 피해 50∼60여일 동안 살았던 ‘동광 큰 넓궤’. 입구 앞·뒤로 도로가 생겨나면서 훼손될 처지다. 입구 뒤편 10여m 부근에는 ‘팬션’을 짓는다며 1km 구간에 걸쳐 도로다짐공사를 해 논 상태다.

문용포 제주참여환경연대 생태교육팀장은 “큰 넓궤 입구에 서 있던 삼나무들은 벌목된 상태”라며 “입구 앞에서 도로까지 거리는 5∼6m에 불과하고 주변 돌담도 허물어져 도로용 자재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목장을 가로질러 시멘트 도로가 생겨나면서 큰 넓궤 인근에 있던 미공개된 4·3 당시 주민피난 동굴도 조사도 제대로 못해보고 땅 속에 묻혔다. 동광 6거리에서 서광녹차단지를 잇는 군도 확·포장공사로 남아 있는 일부 집터들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오승국 제주4·3연구소 사무처장은 “포크레인 등을 동원, 도로공사가 본격화 될 경우 붕괴우려도 있다”며 “역사문화유적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