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이후 제주지역 최대쟁점으로 지역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계획이 26일 중앙항만정책심의회의 제2차 전국 연안항 항만기본계획안 심의에서 유보 결정이 내려지면서 일단 막을 내렸다.

‘보안항구 예정 수역을 미래수요에 대비한 장래수역으로 설정, 추후 여건변화로 지역주민들의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되는 시기에 보안항구 용도로 재반영할 여지를 부여한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돌발적인 국가안보 상황 변화가 없는 한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결정은 ‘평화의 섬 제주’에 대한 범도민적인 공감대와 지역주민 ‘생존권’이 해군이 내세운 일방적인 국가안보 논리를 좌절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2004년말 또는 2005년 지정·선언계획인 ‘세계 평화의 섬’의 기본구상은 1차적으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지역 국제교류·협력, 나아가 세계 평화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미래비전이다.

도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지스체계 등 막강한 무력을 토대로 한 국가안보 논리위에 화순항에 해군기지가 들어설 경우 중국·일본 등 주변국가의 중무장을 유발, 평화의 섬이 아닌 동북아분쟁의 전초기지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제주도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도민 10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 반대가 58.2%나 나왔고, 무엇보다 ‘평화의 섬으로서 제주도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것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화순항 해군기지 유보 결정은 이와 함께 지방화시대에 지역주민들의 생존권 보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주민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정책추진은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을 입증, 향후 정부의 정책 결정과정에서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은 과제는 정부와 자치단체가 화순항을 당초 계획대로 관광미항으로 개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과 재원을 마련, 조기에 시행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화순항지역에 대한 전반적인 해양생태계 조사를 통해 개발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한 철저한 준비작업도 필요하다.

특히 화순항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통해 형성된 ‘평화의 섬 제주’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 미래 비전으로 구체화될 수 있도록 정부와 자치단체 차원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과의 공동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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