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아이들의 유일한 문화공간이자 놀이터다. 그 추억의 공간을 십수년이 지나 다시 떠올려 볼 수 있다면…. 무릉중 3학년 1반 학급문집 「무릉도원의 서른두개 눈동자」에는 정신 없이 지나가 버린 학창시절의 기억들을 차곡차곡 모아놓고 싶다는 바람이 실려있다.

「무릉도원의…」는 단순한 학급문집이 아니다. 소중한 고향과 어린 시절과 더불어 평생을 간직하게 될 친구들과의 추억이 곳곳에 실려 졸업 앨범으로의 의미가 강하게 다가온다.

△“꿈꾸는 자만이 살아있는 거야”=“20년 후 이 책을 들고 다시 만나자”

「무릉도원의…」의 첫 시작은 ‘꿈’에서 출발한다. 졸업을 앞두고 흔한 앨범 대신 모두의 글을 담은 문집을 만들자는 꿈. 타임캡슐처럼 20년 후의 재회를 약속하는 꿈인 만큼 여덟 개의 글 묶음 속에는 다른 교지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함과 따뜻함이 담겨 있다.

‘감자 꽃 피고 마늘 자라고’ 고향과 또 다른 내 마음의 고향인 학교, 각자의 어린 시절을 담은 사진에서부터 20년 후의 모습을 그린 캐리커처, 이제 기억 속에서나 남아있을 교과서 표지와 1·2학년 동안의 흔적까지 문집에는 고스란히 담겨 있다.

16명 졸업생의 사진 옆에는 각각의 프로필과 연락처까지 적혀 있다.

보통의 졸업앨범·문집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잘 만들어진 그림책처럼 하드커버의 양장본으로 만들어져 오래 보관해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 9년 동안의 ‘미운정 고운정’=‘무릉도원’이란 말은 어쩌면 이곳 학생들의 희망을 표현하는 것인지 모른다.

사람들이 고향을 버리고 도시로 떠나 ‘작은’학교로, 다시 ‘통합’학교로 바뀌면서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달리 흩어져버린 조각들을 모아 우리들만은 영원하자는 소망을 실은 듯하다. 교사들과 선·후배들의 글까지 소중하게 모아 엮은 것도 어쩌면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애정 때문일지도 모른다.

걸어서 한시간 거리에 있는 6개 마을에서 자랐지만 이들 졸업생들은 ‘9년’을 함께 부대끼며 자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중학교 1학년과 3학년 담임 교사가 ‘부부’(夫婦)교사라는 인연이 닿으면서 그 의미는 두 배로 커진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친구들의 얼굴을 적어도 다섯 번 이상 찾을 수 있다는 점도 「무릉도원의…」가 갖고 있는 특징 중 하나다.

지금 ‘흙냄새’나는 모습들도 고등학교를 거치고 다른 세상과 부딪히면서 조금씩 변하게 된다. 하지만 졸업 문집 속에서 모두는 언제나 지금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다.

오시열 교사는 “학년초에 졸업을 기념하는 학급문집을 만들어보자는 계획을 세웠다”며 “학생들과 함께 기획하고 제작하면서 학생들의 동참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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