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사이에 두고 구닥다리와 첨단의 시대를 구분하면서 새로운 천년에 대한 희망이 가득하던 지난해 말,두달여가 지난 지금과 당시 우리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주위 환경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건만 무엇이 그런 열정들을 낳게 하였는지 마치 이천년 첫날부터 모든 입상과 세상이 사이버로 뒤덮을 것 같았다.영어로 된 회사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이에 감탄하던 수많은 개미들이 여의도 스톡익스체인지로 몸을 던졌다.일류 대기업 책상을 차지하고 있던 사원들 고급경제 관료들이 첨단 회사의 단말기 앞으로 호적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1’자로 시작되는 천년이 끝났을 뿐 이미 정보산업이 국가나 사회경제의 새로운 중심에 있을 것이라는 예상들은 충분히 하고 있었고,일반인들에게도 앞으로 최소한 정보통신의 덕으로 살아가는 시대가 되리라는 기본적인 생각들은 심어주었으리라 여겨진다.기술문명의 진보는 분명 우리생활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을 것이다.무생물이 지능을 갖게 되어 자기들끼리 의사소통도하고 회의도 하고 결론도 내릴 것이다.인간 생활의 많은 부분이 그들에 의해 대체되고 인간과 무생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타이타닉이나 체르노빌의 오만에서 탈출할 수 있다면 우리의 기술은 분명 인류의 새로운 희망으로 보인다.핵심기술의 진보로 우리의 도시팽창은 어느정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며 100억 가까이 지구를 덮는 인구는 도시로의 유입 없이도 충분한 즐길거리가 제공될 것이다.새로운 문명하에서도 여전히 좋은 환경,깨끗한 자연은 인류가 도달해야 할 중요한 지표중의 하나로 여겨질 것이며,그런 조건을 갖춘 도시는 가장 적응력이 빠른 도시로 성장해 갈 것이다.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의 노매드(namad)들은 도시의 이곳 저곳을 떠돌며 방랑의 장소를 공유하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갈구하고 있을 것이며,좋은 환경과 새로운 도시문명은 이들을 여유있는 생활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몇년전 작고한 한 건축가는 제주를 당신 생각의 모두에 놓을 때가 많았다고 한다.가끔 그와 나누던 대화 중에는 그런 애정을 느낄 수 있었고 대부분의 경우 첨단시설과 자연환경이 조화되는 도시로서의 제주를 최종적인 모델로 제시하였다.새로운 문명의 컨텐츠를 수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런던,뉴욕등의 구 문명의 중심도시보다 동양의 작은 섬에서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

 최근 수년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은 그의 혜안에 다시 한번 감탄하면서 특히 최근 계획중인 국제자유도시와 관련해서 제주의 미래에 전제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누구나 인정하는 좋은 자연환경을 즐기면서 완벽한 정보망이 구축되어 모든 업무가 가능한 도시구조 가 갖추어진다면 전세계 정치,경제의 리더들의 관심지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완벽하고 다양한 레져시설들과 불편함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교통체계 다양한 업무에 대응할 수 있는 각종 인프라들이 천혜의 자연조건과 어우러질 때 제주의 모습은 누구나 부러워 하는 훌륭한 업무공간,거주공간이 될 것이다.

 근래의 개발모습은 이런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기에 아쉬움이 있어 보인다.좋은 자연환경을 반드시 소유해야 좋은 프로젝트가 되는 것이 아니고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기법이 도출되어야 할 것이다.빼어난 경관지역마다 각종 시설물들로 들어차서 공유될 수 있는 부분이 자꾸 줄어든다면 그만큼 이곳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딜레마의 해결은 보존가능한 경관의 설정에서부터 출발해야하며 경관의 보존의지가 해결의 키워드이다.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계속 황금알을 낳게 해야지 거위를 회생시키면 더이상 얻을 황금알은 없는 것이다.〈허영주·천미건축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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