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교황이 지난 12일 카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십자군전쟁,유대인 박해,이교도 강재 개종 등 지난 2000년 동안의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미사를 집전하였다.뿐만 아니라 중동성지를 방문중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24일 예루살렘의 유대인 학살 기념관 ‘야드바셈’에서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기독교인들이 저지른 유대인 박해와 증오,반(反)유대주의 행동에 대해 카톨릭 교회가 진한 슬픔을 느낀다는 점을 유대인들에게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렇게 중동 성지를 방문중인 교황이 기독교인들의 유대인 박해에 대해 사과하자 미국의 「크리스챤사이언스모니터」지는 ‘사죄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그 예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들고 있다.

 스위스 정부가 95년 2차대전 기간동안 나치의 금고역할을 한 데 대해 공식 사죄한 사실,빌 클린턴 대통령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르완다를 방문하여 94년 8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량학살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한 일,또 60년대 미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맥나마라는 95년 자서전에서 베트남전쟁에서 자시이 한 역할을 사죄한 점등….

 그러나 「크리스챤사이언스모니터」지는 모든 사죄가 진정에서 우러나온 것은 아니며 어떤 경우는 정치적 의도가 드러나 자기 고백의 진실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면서 그 예로 95년 일본의 종전 50주년 사죄를 들고 있다.

 설사 모든 사죄가 100% 진정에서 우러나온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교황이 이제까지의 침묵을 깨고 카톨릭 교회의 과오를 세상에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하며 용서를 구하는 미사를 드렸다는 소식은 오랫만에 듣는 반갑고 신선한 뉴스임에는 분명하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사과가 전사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으로 간주되었다고도 하는 것처럼 지도자가 공적인 자리에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 만은 아니며 용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그점은 필자가 목회현장에서 직접 체험해 보는 사실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지도자라 한다면 사과해야 할 때,그 때를 놓치지 않고 정직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지난번 국가적으로 IMF라는 어려움을 겪고 있을때 그당시 TV에서 일본의 부도난 증권회사 사장이 나와 무릎꿇고 눈물 흘리며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사죄의 인사를 하는 것을 보았다. “모든 것은 다 자기의 잘못 때문이며,내 밑의 부하 직원들에게는 아무 책임도 없으니 용서해 달라는…”.

 4·13총선을 2주정도 앞두고 온통 나라가 소란스럽다.우리가 사는 제주도도 점점 선거 열기가 뜨거워지는듯 하다.그런데 이번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자들 모두가 다 자기가 제일 잘났다고들 한다.그동안 도민의 숙원이었던 4·3특별법이 50년 해를 넘기고 작년에야 도민들과 범시민단체의 열화같은 지지와 성원에 힘입어 또한 김대통령의 결단이 어우러져 어렵게 통과된 것에 대해서도 너무 늦게야 구괴를 통과된 점에 대해 미안하다고 하는 정당도 후보자도 없고 오히려 자기들 생색내기와 자랑 뿐이다.

 도정을 담당하는 책임자도 실패한 감귤정책에 대해서 슬품과 울분에 쌓인 농민들과 도민들에게 진솔한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민의를 대변한다는 도의회 의원들 역시 그점에 대해서는 예외일 수 없다.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사죄의 시대’가 개막되고 있는 새천년 특히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기에 우리의 잘못을 참회하고 이웃과 공동체에게 사과할 일이 있다면 떳떳이 사과하고 용서를 빌자.〈이정훈·목사·모슬포교회〉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