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덕정에서 열린 입춘탈굿놀이.<김영학 기자>
“새 철 드는 날 높고 높은 1만8000신전님들 청하여 제주시민들 오곡풍성 육축번성 만민백성 넋날 일 혼날 일 막아주십센 올리는 공삽니다” 입춘날인 4일 탐라국입춘굿놀이가 마련된 제주목관아 일대는 입춘을 맞는 제주도민들의 흥겨운 열기로 가득 찼다.

거리 곳곳마다 액운을 물리치는 제주시 19개동 풍물팀과 풍물굿패 신나락의 걸궁이 입성하면서 한껏 흥이 오른 입춘굿놀이는 김윤수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 칠머리당굿보존회장이 집전하는 입춘굿으로 새봄을 열었다.

1만8000신들과 세경 할망을 청해 올 한해의 무사안녕과 풍년풍어를 기원하고, 강태공서목시놀이가 목관아 구석구석을 돌며 행해져 이날 입춘굿놀이의 의미를 더했다. 또 수룩춤, 할망다리추낌 등도 입춘굿을 풍성하게 했다.

오후에 이어진 입춘탈굿놀이, 진주오광대 문둥춤, 고성오광대 문둥춤, 부산 춤누리 수영야류 등 축하공연은 비날씨로 관람객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관덕정 마루에서 행해져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입춘굿은 다함께 춤추는 대동 굿으로 아쉬운 막을 내렸다.

◈신명난 풍물장단 흥겨움 가득
○…오전 10시부터 동네 곳곳을 돌며 입춘을 알려낸 걸궁팀이 흥겨운 풍물장단을 앞세운 채 차례로 입성하자 목관아는 한껏 흥으로 달아올랐다.

골목, 집집마다를 돌며 입춘굿의 시작을 알림은 물론 거리의 부정을 씻고 액을 막아내는 거리굿은 예년과 달리 동·서·남문에서 치러 옛 모습을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000여명의 걸궁팀은 각각 동문로 분수대, 서문다리, 보성시장에서 출발, 제주읍성 안의 옛 거리를 흥겨운 풍물장단과 가락으로 수놓았다.

◈인물그리기·가훈써주기 인기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오전부터 목관아 일대는 축제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현병찬 선생의 가훈써주기, 박재동 화백의 인물 그리기는 행사 내내 줄이 끊이지 않는 등 성황을 이뤘다. 또 떡메치기 전통문화체험도 입춘굿과 목관아 관람을 위해 찾은 나들이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매년 입춘굿 때마다 제주를 찾은 박재동 화백은 “처음엔 보다 많은 도민의 얼굴을 그리려 했지만, 이제는 한 명 한 명 정성껏 그리려 한다”며 “쪼그리고 앉아서만 작업하다, 목관아가 복원돼 이렇게 관아에 앉아서 작업하니 안정감도 있고 훨씬 기분이 좋다. 나도 이젠 제주인(?)이다”며 활짝 웃었다.

◈소원지마다 각양각색 소망 담아
○…새해 액운을 막아주는 무료 입춘국수와 함께 인기를 끈 것은 소원지. 가족 건강 기원부터 대학 입학, 성적 향상, 복권 당첨까지 각양각색의 소원들을 적어놓은 놓은 소원지가 목관아 담벽 새끼줄에 매달려 눈길을 끌었다.

소원지는 오늘 오후 불 태워 소원성취를 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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