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자 작 「용눈이 오름」.
‘성산포의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원로시인 이생진씨(74), 제주의 자연을 화폭에 담고 있는 중견화가 임현자씨(57). 제주가 고향이 아닌 사람들로 이들 만큼 제주를 사랑하는 이도 드물 듯하다. 한 달이 멀다하고 서울에 살면서 항공기로 제주를 들락거리며 펜과 붓으로 제주를 그리고 있는 노 시인과 중견화가가 새봄의 길목에 ‘작품의 고향’제주에서 시화전을 갖는다.

제주도문화진흥원(원장 강왕수) 기획초대로 8일부터 14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전시실에서 열리는 ‘이생진·임현자 시화전-제주, 그리고 오름’전.

이번 전시회에서 이들은 그동안 가슴속에 품었던 제주사랑을 시와 그림으로 확인해 보여준다. 이들 작품은 단순히 제주의 풍경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곰삭은 제주의 내면을 깊이 있는 시와 질박한 화면 속에 듬뿍 담아내 관람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풍만한 제주의 오름과 드넓게 펼쳐진 하늘, 그 아래로 펼쳐진 형형색색의 구름, 노랑·초록·누런 대지, 푸른 바다, 나무, 꽃, 그리고 바람.

이렇게 시인과 화가의 예술혼으로 생명력과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제주의 자연은 꿈틀꿈틀 살아 움직인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대지는 제주민의 아픈 역사 4·3의 광풍이 휩쓸고 간 자리를 보듬고 있어 상생의 역사를 느끼게 해준다. ‘다랑쉬 오름’‘용눈이오름’‘다랑쉬 마을의 팽나무’‘억새밭’‘일출봉’등 역사의 현장을 담은 화폭과 4·3시편 ‘다랑쉬 오름의 비가’는 이 두 예술가가 몸과 마음으로 제주를 껴안고 이를 형상화하고 있음을 증거해 준다.

“너는 패러글라이딩이 처음이니?/아홉살에 변을 당했으니/그 동안 네가 살았다면 지금 몇 살이지/예순셋?/그럼 44년(1948∼1992) 동안을 망각의 굴 속에 있었단 말인가/빌어먹을/말하자면 세월이 정지되었다는 이야기인데/아니면 세월을 빼앗겼다는 이야기인가/그걸 돌려받을 순 없나/그것도 동회에서 보상해주느냐 이거야/두고두고 불쾌한 악몽이여”(‘다랑쉬 오름의 비가-소년과의 패러글라이딩’ 중에서)

시를 쓴 이생진 시인은 충남 서산 출신으로 제주도 명예도민.「그리운 바다 성산포」, 「섬에 오는 이유」,「그리운 섬 우도에 가면」등의 시집을 냈고, 화가 임현자씨는 ‘탐라의 빛깔’‘탐라의 향훈’‘제주의 풍경’등 제주를 소재로 7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개막 8일 오후 2시. 문의=754-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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