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회화의 전통을 잇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는 고운산씨(37·운산입시미술학원 운영)가 3년만에 제주에서 네 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15일부터 21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전시실에서 선보이는 이 전시회에서 고씨는 전통 채색화의 기법으로 그린 작품을 선보인다. 고씨가 그린 작품은 한지에 옅은 물감을 50번 이상 덧칠해 겨우 색을 내는 봉채를 이용한 조선시대 채색화의 전통 기법을 보여준다. 여기에 수묵 개념을 도입해 고씨 나름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번 전시회 때 보여줬던 작품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섬세했다면 이번 전시회에는 전통 채색기법으로 그려서인지 은은하고, 맑고, 그윽하다. 작품이 맑고 정제된 느낌이 드는 것은 해바라기의 원리를 도입한 ‘빛 바래기’ 과정을 거쳐 밝고 어두운, 명암처리를 적절히 해냈기 때문이다. ‘하늘래기’‘가을오후’‘여물먹기’‘바당노래’‘쉼’등 전통 채색화 이미지에 수묵 개념을 도입해 그린 구상과 비구상 작품 24점이 전시장에 나온다.

이번 전시회에는 또 조선시대 인물기법인 육리문(肉理文) 기법으로 그린 초상화도 눈길이 간다. 고씨가 자주 들러 차를 나누고 세상사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제주시 아라동 남국사에 주석하는 ‘적조스님’초상화와 ‘소녀상’은 옅고 담담한 색은 수십, 수백번 반복해 칠하고 말려 얻은 ‘귀한 색’으로, 한 점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화가가 얼마만한 노고가 곁들였는지를 증명해 준다.

이런 일련의 노고에 대해 서울대에서 같이 수학한 김익씨는 “그의 작업은 이미지의 재현적 측면에서 바라볼 대상이 아니다. 그의 작업은 이미 맑게 정제되어진 과정에서 나타나며, 갤러리에 걸려있는 그림들은 오히려 대상과의 교감에 대한 행적의 서술로 보여진다”며 고씨를 수행자에 비유하고 있다.

1급 지체장애인 화가인 고씨는 작품 활동도 활동이지만 바지런한 교육열에 기가 다 질릴 지경이다. 제주대 미술학과를 거쳐 서울대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나왔고, 방송대 일본어학과도 졸업했다. 지금은 제주대 산업대학원 산업디자인학과(도자 전공)에 재학중이다. 96년 제22회 제주도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고씨는 한국미협, 삼무동인, 제주한국화회 회원이며, 제주도미술대전 초대작가다. 전시개막 15일 오후 5시. 문의=754-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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