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배움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졸업장을 받은 여러분 모두가 자랑스럽습니다” 16일 오전 제주제일고 체육관에서 열린 방송통신고교의 졸업식장엔 내내 웃음과 눈물이 교차했다. 이날 교문을 떠나는 143명 가운데 100여명이 이 학교에서 만학의 꿈을 이룬 ‘늦깎이’ 졸업생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족·친지들의 축하 꽃다발을 받고 한껏 즐거운 표정이었지만 재학생의 송사와 졸업가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물을 훔치곤 했다.

방송통신고 졸업생 중 80% 이상이 30대 이상의 생활인들.

최고령 졸업생 오인수(65)씨 등 50∼60대 고교 졸업생 8명은 졸업식장을 나오며 한결같이 ‘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라영애씨(56)는 “선생님들의 정성에 날마다 새로워졌다”며 “공부하는 모습을 남편과 자녀 모두 좋아하며 후원해 주었다”고 말했다. 현재 유아원을 경영하고 있는 라씨는 관광대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할 예정이다.

어려운 가정형편 등 이유로 못다 이룬 학업을 다시 선택하기까지 이들에겐 용기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교실 의자에 앉아 여러 시간 수업 받는 일부터 고되었다. 수학과 영어과목이 제일 힘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모두 공부를 즐길 수 있게 됐고, 급우들과의 만남도 소중해졌다.

김복순씨(47)에게 이번 졸업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장남인 강일군과 같은 교정에서 졸업했기 때문. 강군은 지난 8일 제주제일고를, 김씨는 이날 졸업하면서 ‘모자 졸업생’이 됐다. 김씨는 방송대 경영학과에 진학해 배움을 연장시키기로 했다.

30년만에 졸업장을 받는 ‘만학도’도 있다. 금태규씨(51·군인)는 지난 1974년에 방송통신고에 입학했지만, 개인사정으로 학업이 미뤄지면서 올해 30년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척수장애인 이준협씨(21)도 이번 졸업이 뜻깊었다. 지난 99년 친구들과 농구를 하던 중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해 척수장애인이 된 그는 신체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고교 졸업장을 받았다.

이씨는 또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장애인 경기대회 휠체어 농구부문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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