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이 ‘입’이나 ‘잔머리’에 열등감을 느껴야 하는 사회, 근육을 단련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고 주변으로 내몰리는 사회에 대한 회의’를 떨쳐내지 못했던 근육숭배자였던 인권운동가.

그 인권운동가인 서준식의 신작 「서준식의 생각」(야간비행·1만5000원)이 출간됐다.

저자의 전작「나의 주장」(형성사),「서준식의 옥중서한」(야간비행)이 세상의 폭압으로부터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 했던 억울한 감옥살이의 기록이며, 잊혀진 과거의 복원과 잔존하는 암울함의 극복 의미를 담은 고전이라면, 그 후속편인 신간「서준식의 생각」은 인권운동을 주제로 한 기록이다.

「서준식의 생각」은 71년 유학생 간첩단사건의 일원으로 체포돼 7년 형을 선고받은 저자가, 전향 거부라는 이유로 다시 10년 간 보안감호처분을 받는 등 17년 동안의 감옥살이 후, 진보주의자로서 신념을 몸으로 실천해 온 15년 인권운동의 기록이다.

출생지였던 일본 땅에서 조센징임을 스스로 밝혔던 서준식은 “나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사상의 자유가 억압되는 이 한국 사회에서 스스로 사회주의자임을 밝히는 나의 행동 또한 병든 사회의 광기에 맞서는 자유로운 인간의 책임 있는 행동이라고 믿고 싶다”(본문 중) 고백하고 있다.

오랜 감옥살이는 서준식의 마음속에 글쓰기에 대한 강렬한 욕구와 희망을 담아 주었지만, 인간의 실제 삶을 개선하는 데에 아무런 동인이 되지 못하는 껍데기 글에 대한 경멸은 그로 하여금 글쓰기에 대한 경계의 끈을 놓지 않도록 도와줬다.

서준식의 모든 글은 글을 쓰기 위해 쓰여진 글이 아닌 오로지 서준식 인권운동 그 자체이며, 운동의 과정과 결과이다.

수록된 59편의 인권운동관련 글들은 하나같이 입이나 머리로 글을 써대며 지식임을 자처하는 자들에 대한 서준식표 경멸을 서늘하고, 매섭고, 예리하게 파헤쳐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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