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건축가 김유봉씨(㈜은산종합건축사 사무소 대표)의 「세계 도시 건축산책」은 건축을 통해 본 인류의 역사와 문명의 궤적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책이다.

「건축은 삶과 둥지」「축(築)과 궤(軌)」등 건축관련 책을 냈던 저자는 국내외 도시를 순례하면서 본 건축물에 대한 단상과 역사자료 등을 곁들여 세계건축과 도시, 그 도시에 깃들어 있는 삶의 문화를 천착하고 있다.

1장 문화재로 본 조선의 도읍지, 2장 평등의 역사, 이슬람 순례, 3장 풀리지 않는 고대건축의 신비, 4장 인류문명이 낳은 역사유물, 5장 문화도시·문화산책 등 5장으로 나눠 세계 각 국의 건축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 건축에 대한 독자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단순히 건축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설립배경과 유래, 현대적 의미까지 밝혀 독자들의 건축에 대한 지적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예를 들어 국보 1호로 지정된 ‘남대문’을 본래이름인 ‘숭례문’으로, 보물 1호 동대문은 ‘흥인지문’으로 되돌려놓았다. 저자는 숭례문은 1934년 남쪽의 일본인을 맞이한다는 의미로 일제가 ‘남대문’으로 바꿔 문화재로 지정하면서 국보 1호가 됐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또 조선도읍뿐만 아니라 세계의 유명 건축을 순례하는 맛이 새롭다. 강렬한 신앙의 산물 이슬람건축과 코란의 발원지 메카, 사랑이 만든 위대한 예술 타지마할, 흙과 인류문명이 빚어낸 지구라트, 하늘로 가는 계단 바빌론의 공중정원, 콜로세움, 이집트 문명의 부활 투탕카멘, 동·서문화 교류의 중심지 둔황석굴, 도시의 운명을 바꾼 구겐하임 미술관 등 세계 각 국의 유명건축에 대해 쉽게 풀어써 이해가 쉽다.

여행을 하면서 버릇처럼 도시와 역사를 읽는다는 김씨는 “글과 글 사이에 행간이 있듯이 도시와 도시, 역사와 역사, 문화와 문화사이에도 묻혀진 행간의 이야기가 있다”면서 “문화가 숨쉬는 도시의 거리를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읽어 달라”고 주문했다. 주택문화사.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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