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발발 55주년을 앞둔 지방자치단체들의 어정쩡한 자세들이 목불인견이다.

4·3 유족들과 관련단체들의 추모기간 선포 주문에 여전히 중앙정부의 눈치나 보고 있음이 그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4·3 당일 합동위령제 봉행이 고작이고 벚꽃축제 유채꽃축제와 같은 꽃놀이 잔치로 이어진다고 한다. 범도민적 추모행사는 ‘4·3에 대한 정부차원의 입장정리가 우선된 연후’라는 구실을 달고서다. 4·3중앙위원회의 진상보고서 확정이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안팎으로 달아오르고 있는 4·3분위기에 분명 찬물을 끼얹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우리에게 4·3은 무엇인가. 젖먹이 어린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수만명의 소중한 생명들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 한 맺힌 역사가 아니었던가. 그렇기에 또 다른 국가공권력에 억눌려 반세기 이상을 피울음 한번 울어보지 못하고 가위눌려 살아온 기가 막힌 사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작금의 사정은 달라져 있다. 4·3의 진실이 음지에서 대명천지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우리를 가위눌리게 해 왔던 공권력마저 그 자세가 달라지고 있다. 특별법에 의한 4·3진상규명과 도민명예회복작업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고, 국가원수가 잘못된 과거역사에 대해서는 사과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앙의 눈치나 살피며, 수많은 원혼들을 외면한 채 꽃잔치에 한눈이 팔려 있다면 그것은 도리가 아니다.

억울하게 죽어간 원혼을 진혼하는 것은 산 자의 피할 수 없는 의무이자 도리이다. 수많은 원혼들을 구천에 두고, 피비린내 나는 과거사를 외면한 체 평화와 화합을 얘기할 수는 없다. 이제 반세기 이상 강요된 침묵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4·3의 원혼들을 위한 추모기간을 선포하고 범도민적 위령과 해원의 많은 시간을 가져야 한다. 도민화합·도민통합을 외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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