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짓내 하류<조성익 기자>


◈정짓내 하류와 조간대(애월읍 금성리)
◈버들못(애월읍 곽지리)

 우렁우렁 잎들을 키워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게 하는 것이 반짝이는 꽃눈이라고 했던가.요즘 제주의 들녘은 꽃잔치가 한창이다.개나리에 이어 벚꽃·유채꽃…,게다가 이름모를 들꽃까지 잇따라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겨울이 아무리 혹독했다 하더라도 꽃눈을 틔우지 않는 꽃나무는 없다.어김없이 피어난다.속절없는 세상사이지만 꽃들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대중가요 노랫말처럼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애월읍 금성리는 애월읍 서쪽 끝마을로 정짓내(鼎子亭川)를 끼고 한림읍 귀덕리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마을이다.

 정짓내의 물줄기는 대개 과오름과 새별오름에서 시작된다.이 물줄기는 어음2리를 거쳐 촐동산·금성다리를 거쳐 이 마을 포구인 모슬개로 흐르고 있다.

 도내 여느 하천이 그러하듯 금성천도 건천(乾川)을 이루고 있다.이같은 현상은 산사면이 급한데다 강우가 일시에 유출되고 화산암 특성상 보수력(保水力)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짓내는 냇바닥이 구비구비 세가닥이라고 해서 정자정천(鼎子亭川)이란 지명이 유래됐듯 그 물줄기는 농경지의 젖줄이고 바로 삶의 터였다.

 하류지역은 맹이물·작지물·덤배물·엉덕물 등 용천수가 솟아나고 밀물과 썰물에 의해 바닷물이 드나들기 때문에 먹잇감을 찾아나선 가마우지·왜가리·쇠백로·흰뺨검둥오리·민물도요·깜짝도요·재갈매기 등의 조류가 눈에 띈다.

 이 마을 문일홍씨(78)는 “원래 정짓내는 모실슬 왼편으로 흘렀었다.당시 마을과 모슬개 사이에는 바른목이라고 해서 천연 둑 지형물이 있었는데 사라호 태풍때 둑이 무너지는 바람에 물흐름이 바뀌어 지금처럼 모실개 오른쪽으로 흐르게 됐다”고 말했다.

 정짓내 하류지역의 특징은 사구와 모래개펄이 발달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상류지역에서 흘러 내려오는 토사와 함께 곽지 모래톱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나문재’군락이 있다.나문재는 1년생 초본으로 해안가의 갯벌이나 모래땅에 자생한다.높이는 50∼100㎝가량 되며 잎이 바늘처럼 뾰족하고 억새며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꽃은 녹색이며 7∼8월에 핀다.관상용으로 심기도 하고 어린잎은 식용한다.

또 ‘아주까리’라고 불려지는 ‘피마자’와 유럽 원산의 애기달맞이꽃,메꽃과의 아욱메(풀)꽃·갯메꽃,갯질경이 등의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정짓내 하류 양편에는 높이 1m가량의 제방이 축조됐다.장마때면 물이 곧잘 범람하기 때문이다.제방이 축조됨으로써 주택 침수피해를 막을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곳에서 흘러나온 생활하수가 하천으로 그대로 방류되고 있는데다 금성교 확장,포구 인근 도로개설 등의 원인으로 물 흐름이 원만치 못하고 기존 사구와 모래개펄이 두 개로 갈라지게 됨으로써 생태계의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곽지리의 버들못은 곽지 10경중의 하나로 유지부압(柳池浮鴨)에 해당된다.말 그대로 못 주변에 버드나무가 많고 오리들이 한가로이 노는 모습이 연상된다.

 면적은 500m가량 된다.농로확장 공사로 인해 반쪽가량 잘려 나갔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버들못을 찾게 되면 ‘과연 이곳이 곽지 10경중의 하나였을까’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농약때문일까.그 흔적은 보이되 주인공은 간데 없고 못 형태를 겨우 가늠해볼 뿐이다.

 봄 가뭄 탓인지 못 바닥을 드러내 보인데다 고장난 TV를 비롯 생활쓰레기가 곳곳에 버려져 있다.못 서쪽에 한그루의 버드나무와 질펀한 못바닥이 버들못의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을 뿐 오리떼는 이곳을 떠난 지 오래이다.

 주요 서식식물로는 환삼덩굴과 송악(담장나무),개역귀,피마자(아주까리),자귀풀·인동덩굴,망초,강아지풀,개(들)기장,바랭이,참방동사니 등을 꼽을수 있다.

 못 주변이 밭으로 둘러싸인데다 관리가 소홀해 결국 버들못은 사람들의 추억속에서나 떠올려 질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좌승훈·좌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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