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촌리 대학살 사건을 다룬 놀이패 한라산의 "꽃놀림" 공연모습.  
 
4·3의 소용돌이 속에서 500명 이상의 주민이 한꺼번에 희생당한 북촌리에서 억울한 죽음을 위무하고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해원상생굿이 열린다. 민족예술인총연합 제주도지회(지회장 김상철)가 지난해 다랑쉬 10주년 위령제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하는 ‘찾아가는 위령제-북촌리 대학살 해원상생굿’이 그 행사다.

마을 주민들의 협조로 오는 4월5일 가장 많은 사람이 숨진 학살장소인 속칭 ‘당팟’에서 열리는 해원상생굿은 당시의 걸궁을 재현한 ‘빈상여놀이’, 북촌리 대학살과 ‘아이고’사건을 소재로 한 놀이패 한라산의 마당극 「꽃놀림」, 인간문화재 김윤수 심방과 칠머리당굿보존회의 위령굿(무혼굿), 인간문화재 이애주씨의 몸굿(춤), 풍물굿패 신나락의 소리굿 등의 내용으로 치러진다.

위령굿이 열리기 10여일 전부터 행사장에는 솟대와 위패, 만장, 열두 군문 등이 설치되고, 속칭 너븐숭이에는 주민들과 힘을 합쳐 해원상생거욱대(방사탑)가 조성돼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없기를 기원한다.

북촌리 대학살은 4·3이 한창 진행중인 1949년 1월 17일(음력 48년 12월 19일)과 18일에 일어난 사건이다. 사건은 1월 17일 아침, 세화에 주둔했던 2연대 3대대 중대일부 병력이 대대본부가 있던 함덕으로 가던 중 북촌마을 어귀에서 게릴라의 습격을 받아 2명의 군인이 숨진 것이 계기가 됐다.

이를 안 마을 원로 10명은 숨진 군인을 들것에 담아 대대본부로 찾아갔는데 경찰 가족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사살됐고, 이날 오전 11시를 전후해 무장군인들이 마을을 포위해 남녀노소, 병약자 할 것 없이 마을 주민들을 북촌초등학교로 내몰고 온 마을을 불태우고 주민들을 총살시켰다. 이튿날에도 살아남은 주민들 중 100여명은 함덕으로 끌려가 총살당해 북촌리는 순식간에 폐허가 됐고 후손들은 50년 넘게 숨죽이며 억울한 삶을 살아야 했다.

북촌리에서는 지난 54년 1월 마을을 돌던 걸궁단이 학교운동장에서 추모굿을 벌이다 일제히 대성 통곡한 사건이 있었다. 주민들은 이날 대성통곡했다는 이유로 경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 ‘아이고 사건’이라 부른다.

한편 북촌리는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 「제주도4·3피해조사보고서」에 의하면 487명이라는 엄청난 주민이 단기일 내에 희생돼 ‘4·3을 상징하는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신고되지 않거나 미확인된 희생자를 포함하면 북촌리에서만 500명 이상이 무고한 죽음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행사 문의=758-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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