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일본인 4·3역사기행단이 선흘리 "목시물굴" 현장을 답사하고 있다.<김영학 기자>  
 
“「화산도」의 현장, 아직도 문제해결 안됐다니 놀랍다” 일본 역사교사 출신 30여명이 4·3유적지 순례를 위해 제주를 찾아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 전쟁유적평화학술회의와 일본 고령자 NGO네트워크 회원 31명은 18일 제주를 방문, 이틀간의 일정으로 4·3유적지 순례에 나서고 있다.

오후 4시께 4·3당시 20여명의 주민이 토벌대에 의해 살해된 조천읍 선흘리 ‘목시물굴’과 주변 노천 피난처를 찾은 이들.

오승국 4·3연구소 사무처장의 “4·3당시 토벌대를 피해 주민들이 피난해 살다 48년 11월 토벌대에 발견돼 200여명이 주민이 희생당한 곳”이라는 설명에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당시 미국의 개입은 없었나”, “희생자 가운데 어린이들은 얼마나 됐나”, “4·3유적지에 대한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나”등등.

1945년 5월부터 일본 관동군으로 제주에서 5개월간 체류했다는 히로하시씨(85·고베)는 “포병으로 만주 전장에서 참가하던 중 ‘오키나와를 살리라’는 명령을 받고 여수까지 후퇴했다가 다시 제주로 들어오게 됐다”며 제주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김석범의 「화산도」를 감명 깊게 읽었다는 모토오 미치오씨(66·도쿄)는 “소설을 통해 접했던 제주4·3의 역사현장을 찾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4·3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안내자의 설명 하나 하나를 수첩으로 옮기는가 하면 유적지를 둘러보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제주의 아픈 역사를 기록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오오타 가즈꼬씨(69·여·오사카)는 “2년전 제주에서 열린 4·3합동위령제에 참석한 적이 있다”며 “세계 3대 참사 중의 하나인 제주4·3의 현장을 둘러보며 세상을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 역사기행단원들은 이날 성산일출봉 학살터를 둘러본 뒤 19일에는 섯알오름과 일본군 비행장 격납고, 일본군 진지동굴이 있는 송악산 등을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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