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예고됐던 이라크 전쟁이 예상외의 방식으로 시작됐다. 미국은 최후 통첩 시한이 지난 20일 아침(현지시간) 공습을 시작했으나 그 규모는 미국이 공언해 왔던 ‘충격과 공포’에는 미치지 못하는 소수 목표물에 대한 제한적 폭격 양상을 나타냈다.

이 같은 개전 방식에 대해서 91년 걸프전의 영웅인 노먼 슈워츠코프 전 미군 사령관조차 “예상 밖이며 매우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전쟁은 개전 초기에 엄청난 화력을 퍼붓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제한적 공습으로 시작되면서 이 같은 작전을 선택한 이유와 향후 전쟁 전개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군은 첫날 공습에서 9개의 목표물에 대해 40여기의 크루즈 미사일 및 정밀 유도 폭탄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개전초기에 일시에 3000여발의 미사일 및 폭탄을 퍼부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소규모로 작전이 진행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이 이처럼 개전 초기에 제한적 공습을 취한 것은 이번 전쟁의 목적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제거에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군사 전략가들로부터 후세인과 이라크 지도부가 아직 바그다드에 남아 있다는 보고를 받고 전쟁 개시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들은 초기 제한 공습 작전에 대해 “환부를 도려내는 외과수술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즉 후세인과 이라크 지도부가 은신해 있는 바그다드의 지하 벙커를 목표로 한 제한적인 폭격이라는 것이다.

또한 초기 제한 공습은 이라크 지도부와 이라크 병사들의 항전 의지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심리전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개전 이전부터 미군은 이라크군에 대해 투항을 유도하는 심리전을 펴 왔으며 개전 이후에도 방식을 달리해 심리전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군이 제한 공습을 선택한 데는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개전 선언 연설에서 “사담 후세인은 이라크군과 장비를 민간인 지역에 배치, 죄 없는 남자, 여자, 그리고 어린이들을 군대의 방패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폭격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초반부터 대규모의 민간인 피해가 발생함으로써 국제적인 반전 여론에 직면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미군의 초반 작전이 성공적인 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아직 지상군도 투입되지 않고 있다.

특정 목표물에 대한 제한적인 폭격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당초 계획한 대규모의 파상 공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상군이 진격하기 이전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초토화 공습”이 이뤄져야할 것으로 군사 전략가들은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처럼 전쟁 초반에 신중한 작전을 구사한 것은 이번 전쟁이 당초 예상보다 어렵게 진행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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