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 진상에 대한 정부의 첫 공식문서인 ‘진상조사보고서’가 제주 4·3위원회에 상정된 지난 21일부터 최종 의결된 29일까지 8일간은 급박하고 숨막히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특히 4·3위원회의 제7차 전체회의(정부종합청사 회의실)가 열린 29일은 4·3 유족과 관련단체, 보고서작성기획단 관계자는 물론 이를 지켜보는 취재진의 애간장을 태운 너무도 긴장된 시간이었다.

◈“올 것이 왔구나”
○…개회시간 오전 10시를 5분정도 남기고 강금실 법무부장관과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성광원 법제처장 등이 회의장에 속속 들어서면서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하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회의장은 전날 소위원회에서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상태여서 보고서의 ‘무사 통과’를 낙관하는 분위기였지만 보고서의 일부 문구에 대한 격론이 재현돼 자칫 심의가 또다시 유보되지 않을까 하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고 건, 원만한 합의 당부
○…고 건 국무총리는 회의 시작에 앞서 민간위원들을 집무실에 따로 불러 ‘티(tea) 타임’을 갖자고 제안했다. 고 총리는 이 자리에서 “두 가지는 확실하다. 하나는 4·3사건이 남로당의 무장봉기로부터 발단됐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학살됐다는 사실”이라며 “그래서 이들 양민의 명예회복이 필요하고 보고서도 이 두 가지 사실을 알리는데 초점을 뒀다”며 위원들간 원만한 합의를 도출해 줄 것을 간접적으로 당부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신용하 전 서울대교수의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자”는 제안에 일부 위원들이 “(통과가)힘들지 않느냐”고 맞받아치는 등 무거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역사 진실 밝혀진다”
○…당초 예정시간보다 20분 늦게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는 ‘초토화’‘강경진압’ 등 보고서의 일부 문구 수정을 놓고 위원들간 고성이 오가는 등 전날 열린 소위원회와 마찬가지의 격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회의시간이 길어지면서 기획단 관계자들 사이에는 “이러다가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낮 12시 정각에 만장일치 통과를 알리는 박수소리와 함께 회의장 안팎에 생기가 돌았고 시종 통과를 주장했던 위원과 기획단원들 사이에 “드디어 역사의 진실이 밝혀지게 됐다”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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