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채택은 반세기 넘게 제주 도민들을 짓눌러온 왜곡되고 굴절된 역사 바로세우기뿐만 아니라 한국의 민주화, 나아가 세계 인권운동사에 획을 긋는 새로운‘역사’로 평가되고 있다. 제민일보는 정부 차원의 조사를 통해 드러난 4·3의 진상과 암울했던 시절부터 4·3을 들춰내고 실체적 진실 규명에 몸을 던져온 숨은 일꾼들을 통해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고 제주의 미래비전인 ‘평화의 섬’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하려 한다.

4·3 진상보고서 채택은 4·3의 완결이 아니라, 역사를 통해 교훈을 배우고 ‘화해와 상생’의 4·3특별법 정신을 토대로 도민 대화합과 ‘평화의 섬’의 초석을 다지는 새로운 출발점이다.

보고서의 핵심은 1947년 3월1일 경찰 발포를 기점으로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봉기이후 1954년 9월21일 한라산 금족지역 전면개방까지 당시 제주도민의 10%인 2만5000∼3만명에 이르는 희생자중 80%이상이 토벌대에 의해 희생을 당했다는 것이다.

특히 1948년 11월부터 중산간마을을 초토화시킨 강경진압작전으로 중산간마을 95% 이상이 불타 없어졌고, 전체희생자의 80% 이상이 이 기간에 희생 당했다.

공개적인 재판절차도 없는 주민 집단 총살, 소송기록이 없고, 아예 재판이 없었거나 하루에 수백명씩 심리하고 이틀만에 345명을 사형선고하는 등 비정상적인 절차에 의한 군법회의 등이 엄청난 희생의 근원으로 제시됐다.

국민을 보호해야할 국가공권력이 오히려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고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에 의한 냉전상황을 이용, 반세기 넘게 제주도민을 ‘빨갱이’로 덧칠해온 왜곡되고 굴절된 역사가 이제야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해방공간이라는 역사적 혼돈기를 감안하더라도, 도대체 무엇이, 어떤 힘이 이처럼 엄청난 ‘죄악’을 가능케 했는지 분명하게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용서와 화해·상생의 정신으로 대화합을 모색해야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희생자와 그 유족들을 비롯해 제주도민에 대한 정부의 사과와 명예회복, 역사 교과서 개정, 평화공원 조성 등을 통해 4·3을 역사의 교훈으로 삼고 제주의 미래비전인 평화의 섬 정신으로 승화시키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언급조차 금기시 됐던 암울한 시절부터 가혹한 탄압을 받으면서도 4·3을 들추어내고 특별법 제정과 진상보고서 채택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만들어내기까지 힘을 기울였던 숨은 사람들의 노력을 평가하고 미래 비전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4·3특별취재반=오석준 정치부장, 김석주 사회부 차장대우, 이태경 좌용철 현민철 박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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