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相生)은 우주 만물이 오행(金·木·水·火·土)의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의 힘에 의해 생성된다는 오행설(五行設)에서 온 말이다. 나무에서 불이, 불에서 흙이, 흙에서 쇠가, 쇠에서 물이, 물에서 나무가 생기니 서로 순환하며 생을 주는 이치다.

쇠가 나무를, 나무가 흙을, 흙은 물을, 물은 불을, 불은 쇠를 이기니 마음이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항상 충돌하는 상극과 대치되는 말이다.

역사는 진정한 화해와 상생의 지름길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죄임을 가르친다.

1994년 넬슨 만델라 대통령 집권후 과거 백인정권의 인종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으로 빚어진 범죄에 대한 광범위한 진상조사를 거쳐 잘못을 고백하고 책임을 인정한 가해자들에 한해 사면권을 행사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과 화해 위원회’가 그랬다.

독일은 히틀러정권하에 저질러진 유태인 학살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통해 거듭났고, 1995년 대만 이등휘 총통은 48년 전인 1947년 2·28 양민학살 사건에 대해 사죄하고 참회했다.

1997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무려 400년전 신교도 학살 때 가톨릭의 개입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2년2개월여에 걸친 면밀한 조사·검증을 거쳐 지난달 29일 정부가 채택한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4·3을 ‘국가 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인권유린행위’라고 규정했다.

역사에서 교훈을 배운다면,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반세기 넘게 이데올로기의 굴레에서 신음해 온 제주도민들에게 사과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굳이 대선 공약이나 도민들이 보낸 압도적인 지지를 들추지 않더라도, 개인이 아닌 대통령의 입장에서 과거 정부의 잘못을 사죄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떳떳한 용기다.

‘6개월이내에 새로운 자료나 증언이 나타나면 추가 심의를 거쳐 보고서를 수정한다’는 조건을 핑계삼는 것은 말이 안된다. 없던 자료가 어디서 나오며, 설령 있다 한들 4·3의 진실을 뒤집을 가능성은 사실상 0%가 아닌가.

오늘 55주기 4·3위령제에 참석하는 고 건 국무총리가 의례적인 ‘위로’와 평화공원 기공식 ‘삽질’만으로 다 됐다고 생각한다면 시계추를 거꾸로 돌리는 처사다.

손바닥으로 하늘은 못가리는 법이다.<오석준·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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