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제주4·3발발 55주년을 맞았다. 해마다 이 날에 느끼는 감회는 달랐지만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새롭다. 그토록 염원했던 4·3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제주도민의 명예회복이 이제는 바람이 아닌 현실로 한 발짝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4·3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그 하나는 지난달 29일 정부차원의 「제주4·3사건진상보고서」채택이다. 또 국무총리가 사상 처음 4·3위령제에 참석, 희생자 유족을 위로하고 명예회복을 위한 후속조치 등을 보고한다는 점이다.

당초 대통령이 위령제에 참석해 제주도민들에게 사과하겠다는 약속을 유보한 건 유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열매를 따내기 위해선 오랜 세월동안 온갖 고난과 희생, 피땀어린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수많은 이들의 고마움과 노고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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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1월12일 제주4·3특별법 제정이후 3년 3개월만에 채택된 정부차원의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는 그 의미와 중요성이 매우 크다. 정부가 나서서 지난 55년 동안 이데올로기에 짓밟히고 왜곡됐던 대한민국 현대사 최대비극인 제주4·3의 진상을 규명했기 때문이다.

특별법에 의해 주민희생에 관점을 맞춰 정부가 작성한 최초의 인권보고서인 점도 그렇다. 특히 정부가 제주4·3이 국가 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인권유린이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점은 매우 중요하다.

보고서는 제주4·3이 ‘남로당 중앙당의 지시를 받은 무장폭동’이 아니라는 걸 명확히 규정했다. 따라서 제주도민들은 사건발생 55년동안 짓눌러왔던 ‘레드콤플렉스’에서 벗어나게 됨으로써 명예를 회복하게 된 셈이다.

또 당시 제주도민의 10%에 해당되는 2만5000∼3만명이 국가폭력 등에 의해 희생됐고, 그 가운데 80% 이상이 군·경 토벌대에 의해 희생됐다는 걸 밝혀냈다. 특히 4·3사건이 미군정 아래서 시작됐고, 미군대령이 직접 진압작전을 지휘한 점을 들어 4·3발발과 진압과정에서 미군정과 주한미군군사고문단의 개입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이는 4·3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제주도민의 명예회복을 위한 역사적인 전환이자 새로운 출발점으로 자리매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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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우선 국가차원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희생자에 대한 진상을 보다 철저히 밝혀내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한 건 대통령이 위령제에 참석해 정부차원의 사과와 유감을 공식 표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위령제엔 대통령의 참석 유보결정으로 실현되지 않았지만 빠른 시일 안에 공식적인 정부차원의 사과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또 4·3당시 비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이뤄진 군법회의를 통해 피해를 본 ‘수형인’과 후유장애인 등에 대해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곧 이들에 대한 희생자 결정과 명예회복, 생계비 지원 등을 통해 실타래를 풀어야 할 일이다.

또한 집단 매장지 및 유적지 발굴, 4·3진상조사보고서를 토대로 한 교과서 개편도 바로 착수해야 한다. 4·3평화공원에 대한 정부예산 지원 확대를 통한 조기 완공, 미신고 희생자 추가 접수 등도 빠를수록 좋다. 4·3 추모기념일 지정, 보고서의 평화·인권교육자료 활용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는 정부 진상보고서 작성기획단이 정부에 건의했던 7개항과도 같은 맥락이란 걸 유념해야 한다.

4·3발발 55주년을 맞아 정부는 도민들의 상처치유와 명예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루 빨리 시행해야 한다. 또한 진상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도민 화합과 평화의 섬 구축에 온 도민이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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