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고령화 등 심각한 농업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외국인 농업연수생 제도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농림부가 3년간 외국인 농업연수생을 활용하는 시설원예·축산업체에 대해 경영부담을 가중시키는 10개의 조건을 갖추도록 함으로써 신청량이 저조하는 등 ‘농업인력 부족문제 해결’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업체 신청 기피=6일 도내 농가에 따르면 농림부는 올해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몽골·중국·키르기즈스탄 6개국 남자 5000명을 도입, 사업자 등록을 갖고 있는 국내 농업경영업체에 배정키로 하고 신청을 받고 있다.

외국인 농업연수생을 활용할 수 있는 업체는 △시설원예(4000㎡이상) △시설버섯(1000㎡이상) △젖소(1400㎡이상) △한육우(3000㎡이상) △양돈(1000㎡이상) △육계(5000㎡이상) 농업인·농업법인·회사법인 등 기업형 농업체로 제한시키고 있다.

도내에서도 농협제주지역본부가 지난 3월17∼30일 유리온실 등 시설원예업체 및 축산업체 등을 대상으로 1차 신청을 마감한 결과 외국인농업 연수생을 희망하는 업체가 25곳에 불과하는 등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군별로는 북제주군 17곳·남제주군 6곳·제주시 2곳이며, 서귀포시지역 업체는 1곳도 신청하지 않았다.

농림부는 양돈업체들이 돼지콜레라 방역의 바쁜 업무로 신청하지 못했다고 판단, 오는 10일까지 기간을 연장했지만 희망업체가 극소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외국인 농업연수생이 필요한 북군지역 시설원예업체 대표 이모씨(30)는 경영부담이 우려됨에 따라 신청을 포기했다.

이씨가 농업인 연수생 1명에 필요한 경영비를 산정한 결과 월 100만원 이상이 소요되는 등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농림부가 연수업체에 대해 연수수당 월 60만원 이상의 지급 외에도 △숙식무상제공 △산재보험료 △국민건강보험료 △임금보장보험료 △연수관리비 △퇴직금·연월차 수당 △국민연금보험료 △건강검진료 납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3년 후에 지급해야 할 퇴직금까지 합하면 부담은 더욱 늘어나 이씨는 지역내 유휴 인력을 고용키로 했다.

이씨는 인력을 자체 고용할 경우 1명당 월 60만원을 지출하고 있어 외국인 농업연수생을 활용하는 것에 비해 40만원 이상이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 제주본부 관계자는 “농림부가 중소기업체 등 다른 산업체 연수생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여러 가지 조건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농업경영비의 30%이상을 인건비가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며 “외국인 농업연수생의 처우를 고려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가격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업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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