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육강식의 동물세계에서도 동물 나름대로의 싸움법과 생존방식은 있다.호랑이는 호랑이식의 싸움 법이 있고,멧돼지는 돼지 나름의 싸움방식이 있다.생명을 거는 것인 만큼 나름대로의 지혜가 동원됨도 물론이다.

 불가(佛家)의 우화 한토막.어느날 산돼지 대왕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길을 나섰다가 호랑이를 맞닥뜨렸다.싸우자니 힘이 달리고,물러서자니 부하들에게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여보게 호랑이, 싸울 의향이 있으면 한판 벌이고 그렇지 않으면 나와 부하들을 통과 시켜 주게나 ”

“암 싸워야지,절대로 이 길을 그대로 지나 갈 수는 없지”


 혹시나 했던 산돼지 대왕으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하지만 순간적인 지혜가 떠 올랐다. “그럼 잠깐만 기다려주게.조상전례의 갑옷은 입고 싸워야 할 것 아닌가 ”

 산돼지 대왕은 잽싸게 부하 돼지들 속에 들어가 몸을 굴려 온 몸에 똥을 발랐다. 그리고는 호랑이 앞으로 걸어 나가며 기세당당하게 외쳤다.“준비 됐으니 싸워보세,싫으면 길을 비켜 주고... ”

 돼지대왕의 꼴을 본 호랑이 왈 “ 야 이 치사한 놈아,귀중한 내 이빨이 아깝다.어찌 냄새나는 돼지를 먹겠나,길을 열어 주겠으니 빨리 사라져라”

 미천한 것을 상대하지 않으려는 것은 역시 호랑이 다운 기세다.미천하지만 그같은 호랑이의 자존심을 읽고 있었던 산돼지 대왕의 지혜 또한 기가막히다.

 호랑이를 물리친 산돼지의 지혜는 현실 정치판에서도 동원되고 있다.일단의 정객들이 '지역감정'을 앞세워 죽기 아니면 살기로 총선가도를 버티고 있음이 그것이다.

 최근 전직 총리가 대통령의 말꼬리를 물고 늘어져 지역감정을 촉발시키더니만,아래는 딴살림을 차린 몇몇 정객들이 '영남정권 창출론'을 들고 나와 물의를 빚고 이싸.이른바 킹메이커임을 자처해온 중견 정치인 K씨는“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가 협력해야 영남정권을 만들 수 있다 ”고 치고 나왔다.같은 당의 중진인 부산출신 K씨는 “확실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영남에서 대통령후보가 나와야 한다 ”고 거들었다.부산의 K씨는 “신당(민국당)이 실패하면 영도다리에 빠져 죽어야 한다 ”고 극단적인 표현까지 동원 지역감정을 한껏 자극했다.

 지역감정이 반민족적이고,반민중적인 그래서 망국적인 것임을 알면서도 그들이 그러고 있는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조상 전래의 '돼지 갑옷'을 입고서라도 정치판에서 살아 남기 위한 0냄새나는 지혜 동원에 다름 아닐터.<<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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