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먼 안목에서 역사의식을 갖고 진실을 추구하는데 힘써야 합니다”

제주의 대표적인 진보 언론인으로서 지난 15년간 4·3 진상규명에 몰두해 온 양조훈 4·3진상조사보고서 작성기획단 수석전문위원(전 제민일보 편집국장)은 기자의 사명의식을 강조하고 “오랜 시간 4·3 취재를 통해 ‘역사는 진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지난 88년 4·3취재반을 결성, 4·3사건의 진실을 밝혀왔고 4·3특별법 연대회의 공동대표와 기획단 위원 등을 맡아 법 제정 및 진상조사보고서 채택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4·3취재반 결성 배경에 대해 “87년 6월 항쟁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민주화 바람이 몰아치면서 언론 내부에도 개혁의 바람이 불었다”며 “당시 젊은 기자들을 중심으로 언론의 정도(正道)를 위해 4·3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만 해도 4·3 특별법 제정과 보고서가 채택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다”며 “결국 정부 차원의 공식 보고서가 나오게 돼 감회가 새롭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양 위원은 특히 “국내언론 가운데 소수 언론은 나름대로 4·3문제를 심층 보도했지만 다수 언론이 이를 외면해 왔던 게 사실”이라며 “진상보고서가 채택되는 과정에서 중앙언론이 4·3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상보고서와 관련, “4·3문제를 ‘제주도민들이 어떻게 희생됐느냐’하는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려고 했다”고 설명하고 “그러나 군·경측 위원들과의 인식 차이를 좁히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한 “진상보고서가 아직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여운을 남긴 뒤 “진상보고서 채택 때 정부에 제출한 7개의 건의사항이 조속한 시일내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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