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역이 돈 가뭄 현상에 시달리면서 농심이 시커멓게 타고 있다. 4년 연속 감귤가격이 하락, 여유자금이 바닥난 농가마다 올해의 농업경영자금 확보 및 융자금 상환, 학자금 납부 등을 위해 또다시 빚을 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농업소득의 대부분을 감귤수입에만 의존하는 산남지역의 금융기관 연체액이 증가하는 등 자금사정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농촌경제 붕괴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다.

15일 북·남제주군에 따르면 개인 500만∼5000만원, 단체 2억원까지 연리 3%로 빌려주는 제주도농어촌진흥기금을 지난 14일 마감한 결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신청량이 급증하는 등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북군의 집계결과 지난해는 융자지원액 96억원보다 2배 가까이 많은 482건·94억4800만원이 신청했다.

월동채소 가격이 상승한 올해에도 농가들은 융자지원액 156억9600만원보다 16억5200만원(10.5%) 늘어난 488건·173억4800만원(10.5%)을 신청하는 등 농촌지역 자금난을 입증하고 있다.

북군지역 신청자 가운데는 지난해 농어촌진흥기금 등 이미 농어업 관련 자금을 지원 받은 34명이 ‘중복대출 제한’규정에 의해 자격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한 채 올해에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군지역도 지난해 552명(75.%)보다 2배 많은 1284명의 농가가 올해 지원액 163억8000만원에 비해 6억여원 늘어난 170억원의 기금융자를 요청했다.

지난해에도 농가 732명이 지원액 92억원보다 30억원 많은 102억원을 요청하는 등 감귤수입 의존도가 높은 남군지역 자금사정이 매우 악화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례로 농협제주지역본부가 지난 3월말까지 회원농협 상호금융 여·수신액을 집계한 결과 대출금은 지난해 말보다 86억원 증가한 반면 예수금은 11억원 늘어나는 등 자금난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산남지역의 대출금 연체액이 지난해말 519억원에서 올 3월말 766억원으로 급증하는 등 농가들이 부채상환에도 허덕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농촌지역 자금사정 악화로 농가의 신용불량자 양산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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