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년부터 2년에 걸쳐 품종이 개량된 키작은 사과원 품종은 오는 2010년까지 전체 재배면적의 80%에 걸쳐 심어질 예정이다. 사진은 사과연구소에서 연구중인 키작은 사과원의 품종.
사과농업 80년의 역사와 제주감귤의 현주소를 단순비교하는 것은 금물이다. 사과대신 타 작목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돼 있고 다양한 사과묘목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 대구경북지역의 상황은 분명 제주와 달랐다. 18∼19일 농가·농감협·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방문단이 대구·경북지역을 찾아 재배면적을 줄이고 대체작목 입식에 성공한 사과구조조정의 과정을 살펴보고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회생의 진로를 고민했다.<편집자 주>

#사과 5년새 생산량 절반
사과구조조정의 성공 사례는 감귤을 비롯 국내 과수농업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95년 사과생산량이 60만∼70만t에 이르던 것이 지난해인 경우 43만3000여t으로 줄었으며 경북지역인 경우 20만∼25만t으로 5년새 50%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거기다 제주도와 달리 폐원·간벌 농가에 행·재정적 지원이 없었으며 농가 스스로 사과를 살리기 위해 폐원에 발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한 구조조정의 주체가 생산자단체인 대구경북농협과 경북도청, 농민 3자공동으로 추진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 하다. 사과구조조정을 시작한 96∼98년 경북도는 3억5000만원을 들여 신경북형 사과생산묘목인 ‘키작은 사과원’ 개발에 성공, 우량묘목 생산센터 7곳을 조성했다. 지금까지 1171㏊·2011농가에 우량묘목이 지원됐으며 오는 2010년까지 전체 사과원 80% 수준인 1만4000㏊를 개편할 계획이다.

‘키작은 사과원’은 기존 40년 이상된 사과나무의 표고가 4m 이상돼 관리와 수확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표고 2m 내외로 생육시켜 관리비 절감과 노동효율성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기반이 다른 사과와 감귤
사과 구조조정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사과는 구조조정이 아닌 작물전환이라는 말에 무게를 싣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94년 사과재배면적 52.1㏊에서 지난해 26.2㏊로 감소, 나머지 26㏊ 가량은 벼농사 40%, 배 20%, 포도 20%, 딸기 10% 등으로 전환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목전환이 가능해 제주와는 구조조정의 기반이 다른 셈이다. 그러나 작목전환은 또 다른 문제점도 낳고 있다. ‘포도·배’과잉생산이 우려되고 있으며 가격폭락까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기별 다품종 생산이 가능해 농가가 요청하는 묘목공급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구경북능금농협이 97년 조성한 종합묘포장은 후지를 비롯 산사, 쓰가루, 홍로, 세계일, 홍옥 등 10여개 이상의 묘목이 자체생산돼 농가공급이 가능하다. 또한 89년 골판지가공사업소를 설립, 현재 컬러 포장지 생산과 다양한 소포장 형태로 출하가 이뤄져 농가소득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연중 과일무한경쟁시대.
감귤대란 4년의 아픔을 겪고 있는 제주지역은 더 이상 구조조정을 늦춰선 안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구조조정에 성공했다는 경북지역도 올해 최고 50% 사과값 폭락으로 여전히 앞이 밝지 못한 것이 현주소다. 1년 내내 ‘과일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 경북 영천시의 인터넷쇼핑몰을 통한 사이버 사과판매는 좋은 대안이다.

영천시가 지난해 8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영천닷컴(www.01000.com)을 통해 얻은 매출액은 8000만원 규모이다. 여기에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 거래한 규모를 감안하면 8억원 상당이라는 것이 영천시농업기술센터의 설명이다.

또한 구조조정이 일방적 추진이 아닌 농가·행정·농협의 공동대응이라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생산량과 재배면적만을 줄이는 구조조정이 아닌 고품질 감귤생산을 위한 구체적 대안제시 등 3자의 역할분담이 이뤄지지 않는 한 제주감귤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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