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재발성 피부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주위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체질 개선을 해야 병이 낫는다”는 것입니다. 그 말이 옳다고 믿고 따르려면, 우선 ‘체질’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또 ‘체질을 개선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 후에 체질 개선을 하는 방법이 실제로 하기가 쉬운 것인지, 오히려 몸에 해가 되는 일은 없는지 등도 따져봐야 하겠지요.

우선 체질이라는 말의 정의부터 살펴보면…본래는 개인의 정신작용을 포함한 형태적·기능적인 모든 타고난 본성을 의미하는 말이며, 유전적인 제약이 크다. 환경이나 나이에 따라 변화할 수도 있으나 그 정도는 크지 않으며, 일생동안 비교적 타고난 체질을 가지게 된다…. 즉, 체질이란 타고난 본성이며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기에 일생동안 거의 변함이 없다는 뜻입니다. 유전이란 부모의 유전자를 반반 물려받는 것이고, 탄생 이후에 내 맘에 들지 않는 유전자가 있다고 해도 온 몸의 세포에서 특정 유전자를 빼내어 버리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흑인이 체질 개선을 해서 백인이 될 수 없는 이치입니다.

그러나 체질이 안 바뀐다고 해서 병이 평생 치료가 안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누구든지 무수히 많은 병이 생길 체질을 타고나지만, 출생 때부터 모든 병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때에 따라 이런 병, 저런 병이 돌출되며, 병이 생길 가능성이 잠복된 상태로 평생을 보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의사들에게서 “완치된다”는 말을 듣지 못하는데, “체질 개선으로 완치시킬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현혹되기가 쉽습니다만, 진실이라는 것이 항상 입에 달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또한 체질 개선 운운하는 상품일수록 안전성에 대하여 제대로 검증을 받았다고 확인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만성·재발성 피부 질환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병의 뿌리를 뽑을 수 있는 방법을 갈망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체질 개선이라는 말에 현혹돼 효과도 불확실하고 몸에 해로울 수도 있는 것을 쫓아다니는 것보다는, 안전하고 효과 있는 제대로 된 치료를 열심히 받으면서 병이 스스로 물러나길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태도일 것입니다.<송동훈·피부과 전문의·제민일보 의료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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