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발이 삐었다며 한의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활동량이 많아지는 계절 탓이 크겠지만(요새 할머니들은 고사리 꺾다가 넘어지면서 다침) 아마도 세상이 어수선하다 보니 마음이 급해져서 혹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발을 잘못 딛는 사람들이 많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보통 삔다는 것은 발을 헛디디거나 무거운 물건에 눌려 발목 등 관절이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뒤틀릴 때 발생한다. 양방에서는 인대, 근육이 늘어났다고 하는데 한방에서는 이를 ‘염좌’라고 한다. 이는 음식을 먹고 체한 것과 마찬가지로 순간적으로 기가 체하면서 어혈이 생기는 것이다. 이 어혈이 시간이 지나면 점차 청자색을 띠면서 피가 발바닥 쪽으로 모이게 된다.

이처럼 체한 것을 풀어주는데는 침만큼 바르고 정확한 방법은 없다. 그러나 민간요법도 훌륭한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다. 보통 중증이 아니라면 휴식을 취하면서 가벼운 찜질만 해도 3∼4일이 지나면 자연스레 낫는다. 찜질을 할 때는 반드시 처음 이틀간은 냉수(얼음찜질)로 그 뒤에는 따뜻한 물(온찜질)로 해야 한다.

얼음찜질은 얼음의 찬 기운이 발목 깊숙이 스며들어 신경줄을 차단해 진통효과를 준다. 종이컵에 물을 채워놓고 그 속에 손잡이가 될만한 나무젓가락이나 막대기를 넣어 냉동실에서 얼린 얼음 막대기를 아픈 부위에 대고 문지른다. 이 마사지를 5∼7분간 시행한다.

처음 몇분간은 얼어붙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잘 참고 견뎌내 마사지를 계속하면 통증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근육의 경직도 풀린다.

그러나 버거씨 병과 같이 손발이 차고 저리는 사람,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얼음찜질을 피해야 한다. 온찜질은 얼음찜질과 반대로 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에 염좌된 부위를 더욱 붓게 만든다. 부었을 때는 온찜질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기가 다소 심하다면 자기 전에 소금과 밥을 이겨 붙이는 게 도움이 된다.

밥 한 주먹정도의 분량에 소금(천일염) 한 숟가락(보통 먹는 밥 숟가락) 정도를 덜고 잘 이겨서 붙인다.

밥이 이불에 묻지 않도록 천이나 랩으로 싸서 붙이고 잘 때는 다친 다리를 베개 등으로 높이는 게 좋다. 보통 2∼3일 정도 반복하면 잘 낫는데 침을 함께 맞으면 치료효과가 훨씬 빠르다.

약재로는 대황이나 치자를 이용하는데 간혹 피부가 짓무르거나 부기가 더 심해지는 부작용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압박붕대는 다친 정도가 심할 때가 아니면 오히려 혈액순환을 방해하므로 불가피하게 압박붕대를 하더라도 밤에는 풀어놓는 것이 좋다.<장문규·한방의·제민일보 한방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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