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항쟁과 동아시아 평화 학술대회서

제주 4·3 과정에서 빚어진 민간인 학살에 대해 미국이 법률적·정치적으로 확실한 책임이 있으며, 이에 대한 국제적인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데 한·미 석학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이는 24∼2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제주 4·3항쟁과 동아시아 평화’국제학술세미나 둘째날인 25일 ‘제주 4·3과 법- 한국과 국제적 고찰’‘제주 4·3과 미국의 책임’에 대한 주제발표와 토론을 통해 도출된 것이다.

시카고대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미군정시대와 이승만정부시기에 이뤄진 우익 테러단체와 경찰에 대한 지원, 대학살 작전의 통제권, 한국군에 대한 작전권 행사 등 미 군사자문위원회의 역할이 미국 자료에 나타난다”며 “미국은 법률적으로 제주 4·3에 대해 확실한 책임을 갖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존 메릴 박사와 에카트 하버드대 한국연구소장도 미국의 책임 문제에 적극 동의를 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민간차원의 정보공유와 협력을 다짐했다.

제주대 고창훈 교수는 △제주도민과 미군의 협력 시기(1945년 가을∼1947년 3·1시위까지) △3·1 시위 평가 후 미국의 ‘레드 아일랜드’규정과 3·1시위 재판을 통한 갈등과 대립 △4·3과 5·10선거에서의 미군정의 강경정책 전환, 특히 오라리 사건 조작과 김익렬 장군 등 온건파 제거, 민간인 학살에 대한 미군정의 자문 등의 시기로 나눠 미국의 역할과 책임 문제를 제기했다.

연세대 박명림 교수도 한국 분단과정에서의 미국의 직접적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들을 근거로 4·3에 대한 도덕적·법률적·정치적 책임문제를 제기했다.

박원순 4·3 진상조사보고서 작성기획단장은 “4·3특별법은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 인권문제로서의 4·3의 세계사적 가능성을 열었고, 미국의 책임성을 제기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백태웅씨도 국제법적 맥락에서 4·3 문제를 유엔에 제소할 수 있는 권리가 충분하기 때문에 미국의 법률적 책임에 대해 국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의 가닥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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