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문득문득 떠올려지는 노래가 있다. 안치환님의 ‘저창살에 햇살이’ 그리고 ‘함께가자 우리’.

20대 초반 술 한잔하게 되면 이 사람 저 사람 함께 부르던 노래.

그 노래들이 노래이기 이전에 어는 시인의 시였음을 몇 년 전에야 알 수 있었다.

내가 그 시인가 비슷한 처지가 되었을 때 어느 후배가 보내준 시집에서 나는 그 노래들을 시로 만날 수 있었다.

94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달리한 김남주님의 옥중 시선집 「저 창살에 햇살이 1, 2」.

시인이 생전에 20대와 30대 두 번의 옥살이 기간의 시들을 모두 모아 세상에 내어놓은 시집이었다.

두 번에 걸쳐 10년 가까이 옥살이했던 시인은 수많은 불면의 밤을 시로 만든 것이다.

만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 세상에 대한 풍자와 단상, 자기자신에 대한 채찍질, 참세상에 대한 갈망, 그러한 모든 것들을 길지 않은 시로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제1부 옛 마을을 지나며’를 시작으로 ‘제2부 나의 칼 나의 피’, ‘제3부 감옥’, ‘제4부 조국은 하나다’, ‘제5부 학살’, ‘제6부 풍자와 단상, ‘제7부 서정’, ‘제8부 시에 대하여’ 등 모두 8묶음으로 이뤄진 300편가까운 시.

8·15 조국해방이 그리고 5·18 광주 민중항쟁이, 군사독재가, 조국통일투쟁이 시인의 시에는 고스란히 녹아 있다.

시인은 “나는 시인이 되기 위해서 시를 쓰지 않았다”고 말한다.

시인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방편으로 시라는 무기를 잡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시인의 시에서 다른 시인들의 그것과는 다른 무엇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색깔의 감동과 분노와 다짐까지.

세상을 배울 수 있고 세상을 느낄 수 있고, 자신의 삶에 대한 다짐까지 다시 하게 하는 시.

그래서 시인의 이야기처럼 시인의 시는 진실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무기였는지도 모르겠다.<김수길·농민>

일상생활에서 그는/조용한 사람이었다./이름 빛내지 않았고 모양꾸며/얼굴 내밀지도 않았다.//…//이윽고 공격의 때는 와/진격의 나팔소리 드높아지고/그가 무장하고 일어서면/바위로 험한산과 같았다//…//창살의 햇살이/내가 손을 내밀면/내손에 와서 고와지는 햇살/내가 볼을 내밀면/내볼에 와서 다스워지는 햇살/깊어가는 가을과 함께/자꾸자꾸 자라나/다람쥐 꼬리만큼은 자라나/내목에 와서 감기면/누이가 짜준 목도리가 되고/내 입술에 와서 닿으면/그녀와 주고받고는 했던/옛추억의 사랑이 되기도 한다.(김남주 시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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