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이하 4·3 중앙위원회)가 진상보고서 채택과 함께 국가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인권유린행위에 대한 정부의 사과와 추모기념일 지정을 건의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극우보수세력이 반발 등으로 정부의 공식 입장표명이 이의기간이 끝나는 6개월 후로 미뤄지고 노무현 대통령의 4·3 위령제 참석이 내년으로 유보된 것은 4·3의 완전한 해결의 길이 결코 간단치 않음을 말해준다.

>8< 정부 사과와 추념일 지정
4·3 특별법 정신인 화해와 상생은 과거 잘못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사죄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1994년 넬슨 만델라 대통령 집권후 탄생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진실과 화해위원회는 과거 백인정권의 인종분리정책으로 빚어진 범죄에 대한 진상조사를 거쳐 잘못을 고백하고 책임을 인정한 가해자에 한해 사면권을 행사했다.

1995년 대만 이등휘 총통은 48년전에 빚어진 2·28 양민학살 사건에 대해 사죄했고, 1997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무려 400년전 신교도 학살 때 가톨릭의 개입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4·3이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행위라는 진상규명이 이뤄진 이상 대통령이 정부를 대표해 반세기 넘게 이데올로기의 질곡에 신음해온 희생자와 도민들에게 잘못을 사과하는 것은 떳떳한 용기이자 진정한 화해와 상생을 위한 당연한 수순이다.

4·3 중앙위원회의 ‘정부 공식 사과 및 추모기념일 지정’ 건의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생명존엄을 유린하고 국민과 정부사이의 불신을 초래했던 불행한 사건을 치유하고 관련자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는 것. 역사의 진실을 밝혀 국가가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함과 동시에 진정한 화해를 함으로써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워 다시는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다짐하자는 의미다.

이를 위해 정부가 과거 국가권력의 인권 유린 사실을 인정하고 국가원수의 이름으로 4·3피해자와 제주도민·국민들에게 공식 사과해야 하며, 4·3 추모기념일을 지정해 억울한 넋을 위무하고 다시는 그런 불행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은 4·3 민간위원들과의 면담에서 약속한대로 이의기간이 끝나는 대로 정부를 대표해 국가 공권력에 의한 억울한 희생에 대해 공식 사과함으로써 4·3의 완전한 해결의 물꼬를 터야 한다.

또 내년 56주기 위령제 참석과 함께 4월3일을 국가차원의 추모기념일로 지정, 억울한 영령들과 유가족·도민들을 위무하고 이데올로기에 의해 왜곡돼온 역사를 바로잡아 후세들에게 역사적 교훈으로 남겨야 할 것이다.<4·3 특별취재반>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