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연구소와 하버드대의 한국학연구소 등 여러 기관의 공동주최로 지난 4월24∼26일까지 제1회 ‘제주4·3과 동아시아 평화 : 국제법적 과제 21세기 한국의 인권’국제컨퍼런스를 하버드대에서 무사히 마치게 된 것을 주최자의 한 사람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2002년 가을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이 대회가 98년 하버드대와 4·3연구소의 합의가 있었지만 두 번이나 취소돼 대회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갖고 참여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29일 4·3진상조사보고서가 채택되고 4·3평화공원이 착공되는 등 4·3의 국내적 해결과 이를 통한 명예회복의 과정에 들어선 시기에 맞춰 4·3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제기하고 국제적 해결의 발판을 이번 4·3컨퍼런스를 통해 만들어 가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4·3의 명예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판단해 적극 참여하게 됐다.

여러 가지 우려와 걱정 속에 준비되고 이뤄진 하버드 4·3컨퍼런스는 총 여섯 분야로 이뤄졌다. 4·3분야는 역사로서의 4·3, 4·3과 국제법적 고려, 4·3과 미국의 책임, 4·3과 여성 네 분야가 주된 것이었고, 한국의 민권운동은 광주항쟁을, 미디어를 통한 한국의 항쟁 의미. 한국민의 고통과 슬픔을 승화시키면서 탄생한 새 시대의 과제를 다루는 특별강연으로 이어졌다. 모든 발표자와 토론자 그리고 참가자 모두가 진지하게 자기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는 진지함을 보여 대회 자체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제주 4·3문제의 해결과 관련해 가장 큰 의미가 있다면, 하버드대의 에드워드 베이커 등 미국 교수들이 이 대회를 “미국에서 미국의 4·3관련 연구 교수들 모두가 미국정부가 제주 4·3 대학살에 법률적 책임이 있다”는 평가를 내린 점이라고 본다. 국내적 문제해결이 성숙단계로 들어서려는 지금 하버드 컨퍼런스는 4·3에 대한 미국정부의 책임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단초가 되고, 아울러 4·3을 근거로 한 인권과 평화의 섬 정책 추진에 대한 국제적 협력을 받을 수도 있으리라 본다. 또한 정부의 4·3보고서와 이번 학술대회의 합의 등을 근거로 UN에 4·3으로 인한 집단학살 피해실태의 조사를 요청하는 과제에 접근 가능하다는 사실도 주목할 대목이다. 아울러 제주도민과 여론이 이 컨퍼런스에 높은 관심을 가져 줘 4·3의 세계화와 문제해결에의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대회가 성공적이라는 의미는 내년 6월 서울·제주 대회로 이어지고 2005년 다시 하버드 대회로 나아갈 수 있어 제주도민이 노력하고 지혜를 모아 나간다면 제주4·3을 근거로 한 지속적인 국제학술대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는 점일 것이다. 아울러 여기에서 발표된 논문을 당연히 짧은 기간동안 어려운 여건으로 빚어진 문제들, 예를 들면 이번에는 제주4·3연구소와 세계섬학회 각각 2명씩 밖에 참여치 못했는데 보다 많은 전문가와 학자들의 참여를 이루어 성과를 축적해 나가야 하는 점이라든가, 준비기간이 짧은데서 예산확보의 문제 점 등을 거울 삼아서 보다 체계적으로 사전에 예산을 확보해 나가는 문제 등은 보완하여서 이 컨퍼런스가 4.3의 국제적 문제해결과 세계화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리라 본다.

55년의 슬픔과 고통을 간직한 4·3이 국내적 명예회복의 과정을 국제적 명예회복으로 이어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힘을 합쳐서 그 기회를 4·3의 국제적 인식지평의 확대와 세계화로 승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 아시아권을 넘어선 최초의 제주4·3 하버드컨퍼런스의 의미일 것이다. 이 컨퍼런스의 안내책자 맨 처음에 “이 컨퍼런스는 제주4·3으로 인해 1947년 3월부터 1954년 9월까지 희생된 1만5000명 이상의 양민 희생자를 추모하고, 그 명예를 회복하고 그 가족을 위로한다”는 헌문의 목표를 보다 단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시행한다면 이 컨퍼런스가 4·3문제의 국제적 해결로도 나아갈 수 있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고창훈 제주대교수·세계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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