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상생"으로 진정한 해결 노력 필요

반세기넘게 이데올로기의 굴레로 제주도민들을 옥죄었던 4·3이 정부차원의 진상조사를 통해 ‘국가 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인권유린행위’라는 진상규명이 이뤄진 것은 한국의 민주화와 인권 운동사에 획을 그은 ‘역사’다. 이를 토대로 4·3을 완전 해결하고 갈등과 반목의 역사를 청산,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키는 특별법 정신은 제주의 궁극적인 지향점인 세계 평화의 섬과 맞닿아 있다.

>13< 에필로그

역사는 화해와 상생의 출발점이 철저한 진실 규명과 사죄임을 가르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의 4·3 진상보고서 채택은 완결이 아니라 4·3의 완전한 해결을 통한 새로운 ‘역사쓰기’의 토대가 된다.

4·3 진상보고서는 제주도민의 10%에 이르는 2만5000∼3만명의 피해자 가운데 80%이상이 토벌대에 의해 무자비하게 희생당한 실상을 명확히 밝혔다. 따라서 대통령이 국가를 대표해 과거 정부의 잘못을 사과하고 추모기념일을 지정해 억울한 넋을 위로하는 것이 문제를 풀어가는 1차적인 수순임을 제시했다.

그러나 군·경 등 극우보수우익세력의 반발로 진상보고서에 대한 6개월의 이의기간이 설정돼 대통령의 사과와 4·3위령제 참석이 유보되고, 수형인·후유장애자 등의 희생자 지정도 차일피일 미뤄지며 남은 여정이 여전히 험난함을 예고하고 있다.

4·3 희생자 집단 매장지와 유적지 발굴 보존, 평화공원 건립과 평화재단 설립을 통한 역사의 복원과 전승, 역사 교과서 개편, 생계가 어려운 유족 지원 등의 문제들도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며 아픈 역사를 딛고 상생하는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선결과제들이다.

지난달 24∼26일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제주 4·3과 동아시아 평화’국제학술대회에서 거듭 확인된 ‘미국의 책임론’과 UN 차원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 조사 및 문제 해결 접근 가능성은 인권운동 차원에서의 ‘4·3의 세계화’ 당위성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제주의 미래비전인 ‘평화의 섬’이 이러한 토대위에 진정한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승화될 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지향점임을 강조한다.

화해·상생의 4·3특별법 정신이 정치·경제·군사·문화 등 제반분야의 국제 교류·협력의 거점으로서, 세계평화의 중심축으로 자리하는 한편 사회적 자유와 정의, 개인의 자율이 신장되고 고루 잘사는 복지공동체를 지향하는 ‘평화의 섬’과 맥을 같이 한다는 의미다.

이런 차원에서 오는 10월 열리는 제주평화포럼에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 4·3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희생자와 유족·도민들에게 사과하는 한편 제주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선언하는 방안이 설득력있게 제시되고 있다.
<4·3 특별취재반= 오석준 정치부장 대우, 김석주 사회부 차장대우, 이태경·좌용철·현민철·박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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