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유족 17·18일 전국 4·3유적지 순례

   
 
   
 
한국전쟁 당시 대전형무소 수형자들이 집단 학살당한 대전 골령골에서 제주 4·3 유족들이 50여년 통한의 세월을 탓하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제주4·3도민연대를 비롯해 4·3유족회, 백조일손유족회 회원 등 40여명은 18일 오후 4시께 대전 골령골 학살현장을 방문, 4·3영혼을 위무하는 참배행사를 가졌다.

대전 골령골은 지난 1950년 7월 7000여명의 수형자들이 정당한 절차 없이 학살당한 역사의 현장. 당시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제주4·3 관련 수형자 300명과 여수·순천사건 관련자 등 7000여명이 이곳에서 집단 학살됐다.

이날 학살 현장을 찾은 이성찬 4·3 유족회장은 “꼭 살아서 돌아오실 줄로만 믿고 있던 아버지가 이름도 없이 묻힌 곳이다”며 “300만원만 가져오면 빼주겠다던 당시 간수의 말 때문에 할아버지·할머니는 통한의 세월을 보내다 돌아가셨다”고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300명의 4·3 관련 수형자를 비롯한 7000여명이 집단 학살된 이곳에는 지금도 당시 유골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 수습된 유골만 수백 구에 달한다.

본격적인 발굴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유적지 보존 차원에서 임시로 흙을 덮어놓은 상태다.

안내를 맡은 심규상 대전충남 오마이뉴스 팀장은 “몇 해 전만 하더라도 밭을 일굴 때마다 유골이 한 가마니씩 나왔다”며 “자금은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유적지 보존을 위해 부지매입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인근에 도로가 뚫리고 건물까지 들어서며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유족들은 학살의 현장이 아무런 보호책도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한편 17·18일 이틀간 일정으로 전국 4·3유적지 순례 길에 오른 유족들은 17일 밤 광주에서 5·18전야제에 참석한 뒤 이날 오전에는 5·18묘역에서 참배행사를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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