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의사의 주된 업무 중의 하나는 ‘가려움증의 해결’일 것입니다.
아토피 피부염이 심한 어떤 어린이가 진료를 받으러 오는데 1주일분 약을 주면 한 두 달 지나서야 옵니다. 가벼운 경우라면 그래도 되겠지만, 온몸에 상처가 나고 진물이 나도록 긁고 나서야 옵니다.

“좀 일찍 데려오시지 그러세요?”라고 말씀드리면, 엄마가 “피부약은 독하잖아요?”라고 대답합니다.

의사는 아이가 가렵지 말라고 약을 처방하는데, “피부약은 독하다”는 편견 때문에 웬만하면 약을 안 먹이려는 보호자들이 있습니다. 아이가 계속 긁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피부약은 독하다’는 말이 일부 옳다면 그것은 주로 스테로이드를 두고서 하는 말입니다. 피부과에서 쓰는 약 중의 하나가 스테로이드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약을 피부병에만 쓰는 것도 아니고 모든 피부병 환자에게 이 약을 처방하는 것도 아닙니다.

먼 과거에는 스테로이드가 만병통치약처럼 쓰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장점과 함께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고부터는 전문적인 판단 하에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는 약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피부과에서 스테로이드를 사용할 때는 급성 경과를 보이는 경우, 즉 며칠 내에 치료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런 경우에도 증상의 호전을 보임에 따라 용량을 조절해가면서 처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대부분의 가려움증은 항히스타민 제제로도 얼마든지 치료가 되고, 이런 약들은 장기적으로 복용하더라도 부작용이 미미합니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는 스테로이드를 먹는 약으로 처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바르는 스테로이드 역시 부작용의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먹는 약에 비하여 훨씬 덜하고, 약물의 강하고 약한 정도가 매우 다양하게 있어서, 환자의 나이, 병세의 중증도, 발병 부위에 따라 적절한 약을 선택하면 부작용의 우려 없이 좋은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독한 약을 줄까봐 아이를 일부러 피부과에 데려오지 않을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독한 약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피치 못해 쓰게 되는 경우에는 그 사실에 대해서 의사가 미리 알려주게 될 것입니다.
<송동훈·피부과 전문의·제민일보 의료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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