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분별한 도로개설로 환경파괴가 현실화 되고 있다. 하늘에서 바라본 제주시모습. <김대생 기자>
편집자주=‘1시간생활권’이라는 표현이다. 그러나 1시간생활권이라는 이면에는 시커먼 아스콘으로 생태섬을 야금야금 도배하는 현실이 숨어있다. 시대가 변해도 70년대식 ‘무조건 넓히고 뚫자’는 도로건설의 마인드에서 벗어나 기존도로의 활용방법과 친환경적인 도로건설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본다.

○넓고 쭉뻗은 도로는 무조건 좋다?
태고때부터 인류와 함께 발전한 도로. 현대의 자동차 시대에 이르기까지 도로는 생산과 유통 등 경제·정치·문화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도로자체가 관광상품으로 개발되는 등 그 의미가 더해지고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도로개설로 미관을 해치고 생태계변화 등을 우려하며 행정당국의 도로개설에 대한 신중한 검토도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필요한 곳에 도로를 개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규도로에 따른 기존도로 활용방안 수립과 사용되지 않는 도로에 대한 관리방안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특히 제주도 지형을 고려하지 않고 이동성과 속도중심의 도로정책으로 제주도의 주요도로는 ‘무조건 넓히고 직선화’로 개발되고 있어 ‘생태도시·관광지’이미지와는 큰 차이가 있는 현실이다.

○도로 총길이 2657㎞ 14바퀴 도일주 가능
제주도에선 해마다 막대한 돈이 도로를 만드는데 쓰여지고 있다. 작년 한해 제주도의 도로사업비는 1357억원이며 올해도 1333억원(국도, 지방도, 4개 자치단체 사업비 포함)이 투자돼 47㎞가 새로 만들어진다. 제주월드컵경기장 건설비가 927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년간 도로사업비는 제주월드컵경기장을 3개나 만들 수 있는 큰 액수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주도내 총도로길이는 2001년 12월31일 기준 2657㎞. 제주도 해안선 둘레가 187㎞인 점을 감안하면 14바퀴를 돌고도 남는 길이다. 여기서 포장된 길이는 83%인 2215㎞다. 왕복 2차선 도로를 기준(폭 7m)해 최소포장면적을 계산하면 15.505㎢로 제주시 전체 면적(255.36㎢)의 6.1%, 제주도 전체 면적(1847.1㎢)의 12%가 시커먼 아스콘으로 덮여있는 셈이다.
여기다 지난해 제주도가 발표한 45개 노선·도로공사로 포장률은 더욱 높아져 2613.3㎞가 시커멓게 뒤덮였다. 섬전체가 마치 거대한 그물망처럼 얽혀있는 셈이다.

○생태계 단절시키는 거미줄 도로망
제주도는 일주도로와 중산간도로, 동·서부 관광도로로 인한 횡단절과 5·16 도로 등으로 인한 종단절, 수많은 시군도로로 또다시 분리돼 인위적인 ‘섬’이 만들어지고 있다.
생태계 규모가 좁아질수록 곤충·동물의 수는 줄어들게 된다. 근친교배가 늘어 열성유전자가 만들어지고 먹이구하기가 어려워져 생태계에 변화를 주기 때문이다.
해안생태계 교란과 조간대파괴의 주범으로 손꼽히는 해안도로는 올해도 4개 자치단체에서 경쟁적으로 신설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확장공사가 마무리된 서부관광도로는 제주도 지형을 고려하지 않아 언덕을 깎고 절개지 투성이인 ‘20세기 도로’의 전형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 생태도로라며 만든 3곳의 콘크리트 통로는 절개지의 토사 등으로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동부관광도로 또한 지난해 환경영향평가 여부를 놓고 도-환경단체간 논란이 빚어졌었다.
현행 규정에는 10㎞ 이상 확장시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돼 있으나 도는 전체구간이 33.9㎞이지만 1단계 사업구간이 8.8㎞이므로 불가하다는 입장인 반면 환경단체에서는 전체 33.9㎞임을 고려, 환경영향평가는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향후 도로공사 구간이 10㎞에 도달되면 환경영향평가를 받는다는 조건부승인을 받았으나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역성 살린 도로 만들어져야
도로확장은 교통량 증가를 발생시켜 교통체증을 심화시킨다. 행정당국은 또 도로를 확장한다. 바로 수요자중심의 마인드 때문이다. 하지만 도로확장의 악순환은 새로운 도로를 계속 만들어내야 하는 비용, 자가용차량 증가로 대중교통 이용 저하, 교통량 증가에 따른 에너지량 증가와 사고위험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도내 등록된 차량은 지난 70년 1320대(승용차 568대)에 불과했으나 2001년 17만5367대(승용차 10만5718대)를 거쳐 2003년 4월 현재 19만4592(승용차 12만89대)로 33년간 147배 증가했다. 자가용은 무려 211배나 증가했다. 지역여건을 고려한 차량총량에 대한 사회적 준비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은 바로 이 때문이다.
황경수 교통공학박사는 “속도성은 교통사고 위험을 높게 하고 이동성은 직선형태의 도로를 만들어 도로환경을 고려하지 않게 된다”며 “21세기에는 도로와 환경이 공존하는 지역특성을 고려한 도로개발정책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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