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서울 시민의 젖줄이라면 산지천은 제주 시민의 젖줄이다. 산지천 하류에 자리잡은 산지포구는 이곳에서 고기를 잡는 배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영주 10경의 하나인 산포조어(山浦釣魚)로 불리기도 했다.
이달말이면 산지천 정비 복원공사가 준공된지 1년을 맞는다.
맑은 물을 자랑하던 산지천은 복개후 오 폐수가 배출되고 물흐름까지 원활치 못하면서 죽어있었으나 자연형 경관하천으로 복원돼 물고기가 헤엄쳐 다니고 텃새들도 찾아드는 시민공원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제주시민의 젖줄
제주의 하천은 대부분 건천(乾川)이다. 그러나 산지천은 상류는 건천이지만 하류에서는 ‘가락쿳물’‘산지물’‘지장깍물’등 제주의 생명수인 용천수가 솟아나면서 제주시 중심부를 흐르고 있다.
특히 산지천은 1565년 제주읍성이 동쪽으로 확대되면서 왜구에 대항해 성을 지킬 때 물을 확보하기 위해 성내로 들어오면서 젖줄 역할을 해 왔다.
주민들의 먹는 물은 물론 모든 삶의 원천이 이곳 산지천에서 이뤄졌다.
복개후에도 빨래터로 이용됐으며 여름철이면 이 일대 주민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목욕을 하기도 했다.

▲복개와 복원
산지천 일대에 집들이 계속 들어서면서 각종 오물이 쌓이고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명목으로 지난 66년부터 동문로터리에서 용진교 사이 486m 구간에 걸친 복개사업이 추진됐다.
또 복개구조물 위에 아예 건물까지 들어서며 14동·286세대의 건물주(158명)와 세입자(239명)가 입주하게 됐다.
이때부터 산지천 복개부지는 제주의 주요 상권 가운데 한 곳이었다.
그러나 복개로 인해 하천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됐으며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 오물투기와 폐수방류 등으로 오염지대로 변해갔다.
90년대 들어 안전문제가 대두됐으며 응급 보수 보강공사가 이뤄졌으나 붕괴우려가 높아 결국 95년 8월 전국 지상건물 가운데 최초로 재난관리법에 의한 경계구역으로 설정됐다.
이 과정에서 제주시와 복개부지 주민과 심한 갈등이 빚어졌으나 시민들의 여론 등에 힘입어 98년 6월 철거가 마무리됐다.
2000년 6월부터 산지천 정비 복원공사(동문교∼용진교 구간 길이 474m, 너비 21∼36m)가 이뤄졌다.
산지천 바닥에는 자갈이 깔리고 수중뚝 설치로 용천수와 바닷물이 원활하게 교차토록 했으며 높이 3∼5m의 호안을 제주 자연석으로 꾸몄다.
하천에는 제주 해녀상을 주제로 한 입체조형물 교량과 아치형 교량 등 3개가 만들어졌다.
동문교 인근에는 121개의 물기둥을 뿜어 올리는 가로 10m, 세로 15m 규모의 음악분수가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하천 주변에는 64종·1300여그루의 나무와 화초류가 심어졌으며 하천 서쪽에는 너비 4m의 보행자 전용도로가 들어서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복원후 관리 중요
지난 3월4일 제주시의원과 동문시장 번영회 관계자들이 동문재래시장 산지천 복개터널 현장을 확인한 결과 일부 상인들이 무단 배출구를 만들어 오·폐수를 무단으로 방류해온 것으로 적발됐다.
또 최근 날씨가 더워지자 이곳을 찾는 시민이 늘어나면서 산지천 주변뿐 아니라 하천내부에 쓰레기를 버리는 일도 늘고 있다.
죽어있던 산지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한 것은 제주시민의 자랑이다. 제주시와 일도1동 주민들은 산지천지킴이를 결성해 생태계의 복원과 하천의 친수성 회복, 하천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의 장과 건강을 위한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자연형 경관하천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은 무엇보다 시민 모두가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복개에서 복원까지
▲65년 5월8일 제주도시계획 산지천 복개결정(건설부 고시 1567호)
▲66년 12∼82년 1월 복개공사(4개공구 1만6123㎡)
▲91년 10월 복개구조물 위험성 예측
▲92년 8월26일 복개구조물 대책협의회 구성
▲93년 4월∼95년 8월 복개구조물 변위(기울기)측정
▲93년 8월 응급 보수 보강공사 시행
▲95년 8월21일 산지천 복개구조물 재안전 진단 의뢰
▲95년 8월24일 경계구역 설정 및 퇴거명령
▲97년 7월29일 도시계획시설(하천복원)사업 실시계획 변경인가→하천복원 사업으로
▲98년 6월17일 건물철거 완료(14개동)
▲98년 9월1∼30일 산지천을 되살리기 위한 시민의견 모집
▲2000년 6월30일 산지천 정비 복원공사 착공
▲2002년6월29일 산지천 정비 복원공사 준공

복원현장 방문자 현황
◆2002년
▲10월4일 대한토목학회 위원 20명
▲10월24일 서울특별시의회 의원 34명
▲10월30일 경일대학교 공과대학 도시정보지적공학과 안승섭 교수외 학생 30명
▲10월31일 동신대학교 도시계획학전공 교수와 학생 52명
▲11월1∼3일 SBS ‘물은 생명이다’촬영
▲11월8일 서울특별시 출입기자 등 29명
▲11월9일 이명박 서울시장 내외 및 시간부 4명
▲11월12일 서울시 김우석 행정제1부시장 및 시간부 4명
◆2003년
▲1월16일 김명자 환경부장관
▲2월15일 전국 감사관(기술직) 교육생 50명
▲2월18∼19일 전국 소하천 담당자 500명
▲2월21일 현동훈 서대문구청장외 20명
▲2월22일 은평구 하수과장외 5명
▲3월8일 청계천 복원 시민위원회 부위원장 등 2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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