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예술에 대한 숭고하고 진솔한 목소리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라는 이름은 언제 알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않지만 아마 80년대 중 후반 정도에 러시아 영화감독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후 2000년도에 서울에서 영화를 공부할 때 서점에서 그의 책이「순교일기」(김창우 옮김·도서출판 두레)를 만나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책꽂이에 파 묻혀 있기만 하였다.

그 다음해 제주에 내려와 <설문대할망 큰 솥에 빠져죽다>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이 책을 펴기 시작하였는데 점점 순교자의 말에 빠져들기 시작하였다.

원제 Martyrolog"(순교자의 말)은 타르코프스키가 직접 지은제목으로 1970년부터 86년 사망하기 직전까지의 소련의 문화담당관료들 과의 처절한 투쟁일지이며 한 예술가의 순교일지이다.

순교(殉敎)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가 믿는 종교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것이라 나와있다. 감독은 왜 자신의 일기에다 이런 제목을 붙였는가는
이 책의편집자는 타르코프스키 자신이 매일매일 순교하면서 숭고하고 거룩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삶의 지향을 그렇게 쓴 것이라 짐작한다
타르코프스키는 자기의 신앙,신념,양심,사상, 또는 그밖에 자신이 믿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일기 제목을 Martyrolog"(순교자의 말)이라 했던 것이다.

1970년 4월30일 「도스토예프스키」를 영화화하는 작업에 관한 이야기로부터 일기는 시작한다
일기 중간중간 집수리 할 것들에 대한 항목 , 그것에 대한 예산 , 빚을 갚아야할 액수, 가족에대한 특히 아들 안드류슈카에 대한 자상함, 작품에 대한 생각들, 비평, 서부영화와 햄릿에 대한 새로운영화 구상, 소련 영화당국 과의 마찰, 결국 소련에서 예술활동에 한계를 느껴 84년 이탈리아에서 망명선언, 그러면서도 깊은 신앙심으로 인간세상에서 모든 정신적인 것들이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투쟁으로 맞섰던 진솔한 삶의 목소리가 담겨져있다
1986년 12월15일 파리에서 죽음 직전까지 물질적인 목적과 정신적인 요구 사이에서 갈등하며 파멸하는 햄릿을 고민하며 일기는 끝을 맺는다.

그는 그해 12월29일 54세의 불꽃같은 삶을 마감한다
단숨에 책을 다 읽고 한참 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생을 이렇게까지 고통스럽게 자기자신과 싸우며 살아가는 사람이 몇 이나 될까?
부끄러운 나 자신을 보며 고개를 숙인채 그렇게 한참 있었다.

그의 영화화면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 같다
영화가 끝나고 오랫동안 장면들이 기억나는 영상시인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순교일기와 더불어 내 가슴 속에 영원히 각인 될 것이다
<김경률·설문대영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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