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엄마로 보이니?"
영화의 제목만 본다면 관객들은 어릴적 읽었던 「장화 홍련」의 줄거리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계모에게 죽임당한 두 자매가 원한을 갚기 위해 새로 부임한 원님의 꿈속에 나타나 결국 복수한다는….
하지만 영화 「장화, 홍련」은 그다지 원작에 충실치 않은 비극적 가족사일 뿐 장화홍련전과는 굳이 연관시킬 필요가 없을 듯 싶다.
인적 드문 시골, 홀로 서있는 일본식 목재 가옥에 수미(임수정), 수연(문근영) 두 자매가 오랜 요양을 마치고 돌아온다. 집에는 아름다운 계모 은주(염정아)가 이들을 반기고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다. 그러나 은주에게 겁을 먹은 동생 수연, 아버지(김갑수)와 계모를 증오하며 동생을 챙기는 수미. 계모 또한 정신불안 증세를 보이며 아이들과 갈등하지만 아버지는 이들을 냉담하게 바라보기만 한다.
시종 삐걱거리는 목조 집. 띄엄띄엄 놓여있는 스탠드 조명. 음산하게 퍼지는 빛은 금방이라도 무언가가 뛰쳐나올 듯한 어둠을 만들어 내고 고급스럽지만 오래된 엔틱 가구와 카펫이 빚어내는 스멀스멀한 색은 관객들로 하여금 다음에 다가올 공포를 준비한다.
관객들은 꿈틀꿈틀 기어가는 귀신을 발견한다거나 싱크대 밑에서 움츠린 채 노려보는 죽은 소녀, 그를 보고 발작을 일으키는 숙모 등의 장면을 볼 때면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무언가 있구나 싶어 추리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추리에 참여하기에는 너무 듬성듬성하다. 뒷골 서늘한 공포감 또한 도달하지 못한 채 난투만이 펼쳐진다. 더군다나 후반부에 다다라 관객에게 제공되는 몇 가지의 카드는 그나마 있던 공포감마저도 시시함으로 바꿔버리며 전반부의 스토리를 짜 맞추는데 시간을 할애한다. 사건의 연관성 또한 상당히 미약한 편.
하지만 초반부의 공포와 긴장감이라든가 염정아, 임수정, 문근영 등의 섬뜩한 표정연기는 볼만하다.
「반칙왕」, 「조용한 가족」, 옴니버스 영화「쓰리」의 「메모리즈」 등으로 흥행 반열에 올라섰던 김지운 감독의 작품. 12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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