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맹장염(충수돌기염)이 한약으로 치료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드문 것 같다. 우리 의학에서 장옹으로 불리는 이 병은 대단히 응급을 요하는 것도 사실이나 의외로 내복약으로 다루기 어렵지 않아서 대개 두 첩 복용으로 증세가 완화되며 1주일이면 소염 진통은 물론이고 위 소장 대장의 기능이 정상화되어 이전에 비할 수 없이 정상적인 기능을 찾게 된다.

이 방법은 멀리 한나라 때부터 병리와 처방이 기재된 것을 효시로 최근 우리나라 학자들이 여기에 더 발전시켜 정리탕·해독탕·조안탕 등이 소개되어 있다. 여기에 관심 있는 한의사라면 습득이 그리 어려운 편도 아니다.

물론 요즘의 발달된 외과적 방법으로 맹장염 정도는 가볍게 여기는 세상이므로 한약으로 고친다는 게 그리 센세이셔널한 문제는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직까지 한약이라 하면 보약을 먼저 떠올리고 치료 면에서는 만성병이나 맡겨 볼까 급성은 효력이 늦어 이용하기에 마땅치 않다고 알고 있는 것 같아 언급하는 것이다. 요즘 같은 여름이면 자칫하면 구토와 설사를 동반한 급성 복통으로 깜짝 놀라기 쉽다. 그래서 탈수를 막기 위해 우선 병원에 가서 수액을 달아서 응급에 대처한다. 우리 한의학에서는 가령 연부탕이라는 처방은 인삼 백출 복령 등으로 위장관의 기능을 바로 잡는 원인 치료를 맡고, 황련으로 구토를 진정시키며, 부자로 설사를 멈추게 하므로 이것을 급히(30분∼1시간)달여 먹으면 수십 분에서 수 시간 이내에 복통 구토 설사가 진정되고 탈수가 예방되며, 인삼 부자가 들어 탈진되는 것을 예방하는 장점도 있다.

여름 감기 경우에도 대개 소화기 증상을 동반하며 고열이 나는 수도 있는데 가령 청서익기탕을 활용하면 한약 한두 첩으로 해열 치료 원기 회복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이상에서 몇 가지 예를 든 바와 같이 한약은 늦어서 안된다고 미리 단정할 게 아니라 먼저 전문 한의사에게 문의해 보기 바란다. 오히려 시간을 지체하여 체력이 떨어진 뒤에 오기 때문에 치료가 더 늦어지는 아쉬움이 있다.
<장문규·한의사·제민일보 한방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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