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이 발생한지 50년이 지나도록 관련 유적지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건 문제다. 이는 아직까지도 행·재정적인 지원이 미흡해 도내 4·3관련유적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4·3유적은 과거 불행했던 제주역사의 현장으로서 후세의 산 교육장이 된다는 점에서도 시급히 조사돼야 한다. 더욱이 이미 발견됐거나 알려진 유적지도 보존상태가 매우 나쁜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제주4·3연구소가 4·3당시 가장 피해가 컸던 북제주군 애월읍과 조천읍 지역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4·3유적지는 모두 147곳이다. 유형별로 희생터가 35곳, 잃어버린 마을 33곳, 성터 20곳, 역사현장 14곳, 주둔지 13곳, 은신처 9곳 등으로 7곳은 새롭게 발견됐다. 문제는 4·3당시 피해가 온 섬 전체에서 이뤄졌지만 애월·조천읍 지역을 빼놓곤 아직도 정확한 유적지 숫자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확인된 유적 가운데 상당수가 무분별한 개발로 파헤쳐지거나 황폐화하면서 이미 원형을 크게 잃고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게다가 최근 들어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중산간에 널리 퍼져 있는 유적인 경우는 사정이 매우 나쁘다. 정확한 확인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제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이미 발견된 유적지인 경우도 이를 알려주는 안내푯말 등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유적관리가 매우 허술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4·3유적지를 확인할 수 있는 증언자들이 대부분 고령이란 점을 감안할 때 전수조사는 하루빨리 이뤄져야 함은 당연하다.

4·3유적 전수조사에는 국가나 자치단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또한 전수조사가 마무리되면 유적보존이나 보호를 위한 대책마련에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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