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16대 총선이 끝났다. 어제 선거일을 맞아 투표에 이은 밤샘개표가 이뤄짐으로써 총선 일정이 막을 내렸다. 법으로 허용된 15일동안의 선거운동기간에 불뿜었던 '표 싸움의 열기'도 이제 총선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뿐이다.

선거결과는 어김없이 승자와 패자를 갈라놓고 있다. 금배지와 여의도 입성을 노린 후보와 측근들 모두가 가슴조리며 숨가쁜 시간을 보냈지만 결론은 엄청 다르게 나타난다. 선거에는 이분법(二分法)만이 적용돼 오직 한사람의 승리자만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선거가 반수학적(反數學的)이라는 말이 이래서 생겨난지도 모른다. 세명의 후보가 투표자들로부터 33%와 33%, 또 34%의 지지를 얻었다면 34%의 최고득표자만 살아남는다. 다른 두 명이 따낸 66%는 수학적 측면에선 우위를 차지하지만 선거에선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얘기인 셈이다.

다시 말해 "선거에는 2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와 같다. 1등과 꼴찌만이 있고, 승자와 패자만이 존재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1%의 차이가 곧 하늘과 땅의 차이처럼 극과 극을 달리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는게 선거의 세계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아무리 거물급 정치인이라도 낙선하면 그 유명세가 곤두박질치는 현상을 아니 보아온 것도 아니다.

선거판의 법칙이 이렇듯 제주도내 3개선거구를 비롯, 전국의 전체 선거구에서 승자는 가려졌다. 유권자들이 최선, 아니면 차선을 선택했든지간에 승자는 뽑혔다. 동시에 이보다 몇 배 많은 패자도 생겨났다. 과연 유권자들이 제대로운 인물을 골라 국회로 보냈는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2등을 인정하지 않는 잔인한 선거판일지라도 너무 반수학적인 면에 치우치는 승자여서는 곤란하다. '33+33=66'이 손밖에 있었다는 수학적인 면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된다. 패자들의 득표를 힘못쓰게하는 대신 그들한테 던진 표심의 성격도 헤아려야할 의무도 주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승자들은 소위 '꼴찌'들이 선거과정에서 내뱉은 지적을 채찍질로 삼아야한다. 패자팀들과 벌어진 갈등의 틈새를 메꾸고 낡은 정치에서 벗어나는데 게을러서는 안된다. 승자가 챙겨야할 과제는 갈수록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정치판이 전개될게 분명하다.<백승훈·서귀포지사장 겸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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