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대신 꿈나무 이끄는 사령탑 변신

▲ 왼쪽부터 박이천·변병주·정종선
70년대 흑백 TV앞에서 목이 터져라 축구 한·일전을 응원했던 꼬마들의 뇌리에 비교적 ‘박이천’이란 이름은 또렷하다. 유독 한·일전에 강했기 때문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볐던 왕년의 축구 스타들이 대거 제주를 찾았다. 이번엔 벤치에서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순간 적절한 작전을 지시하는 감독의 위치다.

이들은 선수들에게 “조금만 더 힘내”라며 다독거리다가도 엉뚱한 플레이에는 거침없이 ‘육두문자’독설을 퍼붓는다.

올해 백록기에선 박이천(정명고)·변병주(청구고)·정종선(언남고) 감독이 눈에 띈다.

박이천 감독은 이회택·김정남·김호·이세연 등과 함께 70년대 한국축구를 대표했던 간판 스타. 특히 한·일전에 강해 A매치에서 5골을 혼자서 뽑았다.

감독 스타일 때문일까. 정명고의 공격력은 가공할 만하다. 예선 2게임에서 뽑아낸 골만 10골이다. ‘최선의 공격이 최대의 수비’란 말이 꼭 들어맞는 팀컬러는 그래서 박 감독을 빼닮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공격이 창이라면 수비는 방패다. ‘황금박쥐’란 닉네임을 가진 언남고 정종선 감독은 90년 이탈리아 월드컵과 94년 미국월드컵 주전 수비수였다.

그래서인지 매 경기마다 골 잔치가 벌어지고 있지만 언남고 경기에서 많은 골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언남고는 예선 2게임에서 단 2골만 내줬다.

변병주 감독은 80년대 아시아 최고의 빠른 발이었다. 기술과 체력의 열세를 극복하는 데는 변병주와 같은 스피드가 최고였다.

지금은 모교인 청구고 축구팀의 사령탑을 맡고 있다. 이번 대회에선 고교 초특급 박주영을 내세워 우승을 벼르고 있다. 비록 예선리그 2위로 20강전을 치렀지만“지켜봐 달라”는 말속에는 여전히 자신감이 배어난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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