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유족회 회원 등 130여명은 지난 7∼9일 2박3일 일정으로 4·3순례 길에 나섰다.

이번 순례의 목적은 반세기 전 영문도 모른 채 집 밖으로 끌려가 바다 건너 육지형무소에 감금된 이후 한국전쟁과 함께 정치범으로 몰려 대전 골령골과 대구 가창댐, 전주 황방산 기슭 등지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서다.

첫 날 4·3당시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기와 징역 20년형을 받고 불법 감금생활을 했던 마포형무소 터와 20세 미만 소년수로 분류돼 수감됐던 인천형무소 터를 찾았다. 유족들은 제주에서 갖고 간 음식을 진설하고 위령제를 지냈다.

이어 일행들은 대전으로 이동해 1박을 하고 8일 아침 일찍 골령골 위령제 행사에 참석했다. 이 학살터는 4·3 희생자 300여 명과 여순사건 관련자 등 정치범 7000여명이 학살된 곳으로 그 동안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의 실상을 알리는 계기가 됐던 장소다.

특히 대전 골령골은 대전시 동구청에서 교회신축 허가를 해 현재 학살터 위에 교회가 들어서 있다.

동구청은 양심을 갖고 교회 철거와 부지매입, 최소한의 위령제단 마련 등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대전 골령골 영혼들에게 내년에 다시 찾아올 것을 약속하고 곧바로 유족들은 대구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학살된 장소, 지금은 매몰되어 댐으로 조성된 경북 경산시 가창댐으로 이동했다.

마지막날 일행들은 장맛비 때문에 걱정이 앞섰다. 일단 이동 중에 제상 덮을 천막을 구입하고 전주형무소 수감자 학살터인 전주시 효자동 황방산 기슭에 도착했다. 이 곳은 올해 많은 유골이 발견되어 처음으로 제를 지내는 장소이기도 하다.

문득 유족들이 부모·형제에게 제라도 지낼 수 있는 제단이라도, 학살장소를 알리는 표석이라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서 행사를 마친 유족들은 마지막 제를 지내기 위해 목포에 도착, 목포문화원 관계자로부터 목포형무소 관련 강연을 경청하고 노제를 지냈다.

이번 순례는 정부가 집단 학살터에 대한 보존과 발굴대책, 진상을 밝히는 사업을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우리에게 주었다.
<김두연·제주도4·3사건유족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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