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백록기는 도내 팀에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있는 대회였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팀의 경기를 직접 도민들이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줬을 뿐 아니라, 도내 3팀이 8강에 오르며 도민들의 관심도 끌어들인 규모 있는 대회였다.

줄곧 경기를 지켜본 결과 오현고의 투지가 가장 인상 깊었다. 오현고는 가히 ‘강팀 킬러’라 부를 만한 자격이 충분했다.

예선전에서 지난해 준우승팀 동북고, 16강에서 올해 문화관광부장관배 우승팀 청구고, 8강에서 제36회 청룡기 우승팀 안동고 등 전국 최강팀을 차례로 물리치며 4강에 진출했다.

이에 맞선 동대부고는 8강 전에서 제주고교의 최강팀 서귀포고를 승부차기 끝에 5-3으로 이기고 올라온 팀이다.
수비를 강화하면서 역습을 노리는 오현고의 플레이는 이탈리아 빗장수비를 연상케 했다.

반면 동대부고는 선수 전원이 100m를 12초대에 돌파하는 스피드가 뛰어난 팀으로 측면 돌파에 의한 센터링으로 골문을 여는 팀이다.

오현고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는 시작하자마자 전반 1분 동대부고의 코너킥이 오현고의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면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오현고는 정신적으로 똘똘 뭉쳐 서울의 강호 동대부고를 맞아 선전을 펼쳤다.

전반 18분 동대부고 정창동 선수가 왼쪽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반대 방향 골대를 겨냥한 슛이 그대로 골인 돼 균형이 깨졌다.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오현고 홍진섭의 슛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득점 기회를 놓쳐 관중들을 아쉽게 했다. 1학년 선수가 5명이 뛴 오현고의 선전은 많은 관중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패기로 맞선 오현고는 후반 7분 오른쪽 페널티 에어리어 코너에서 서상순이 날린 슛이 골대를 살짝 빗나갔고 8분에는 홍진섭의 슛이 또 다시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득점 찬스를 놓쳤다. 파상적인 공격을 펼친 오현고는 9분 홍진섭의 슛이 골대를 넘는 등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쳐 구경나온 관중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전반전과는 달리 오현고는 후반전들어 패기와 투지를 앞세워 경기를 우세하게 끌고 갔다.
특히 1학년 어린 선수들의 몸을 아끼지 않은 플레이는 응원 나온 제주도민들에게 내일의 희망은‘무진장’밝다는 것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이들이 내년도에 2학년이 될 때면 부쩍 클 것으로 믿는다. 커다란 대회에서 나온 경험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백록기 8강에 오른 제주일고와 서귀포고도 전국 고교의 최강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겨루며 전국 제패가 남의 얘기가 아니란 것을 제주도민들에게 깊이 인식시켜 줬다.
<제주중앙교 교감·제주도축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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