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다리에 울퉁불퉁 튀어나온 혈관 때문에 진료실을 찾는 환자가 많이 늘었다. 그리고 이런걸 치료해야하는지 혹은 치료할 수 있는지 몰랐다고 말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또한 병원을 찾는 이유도 여러 가지여서 어떤 이는 보기 싫어서 오고 어떤 이는 다리가 부어서 오고 또 드물게는 운동중에 갑자기 혈관이 터져 피가 멈추지 않아 오는 이도 있다. 이런 현상을 하지 정맥류라고 하는데 분명한 것은 하나의 질병이다. 무릇 많은 환자들은 지금과 같은 첨단 과학시대에 이런 사소한 문제정도는 아주 말끔히 해결되기를 바라겠지만 거의 모든 질병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아직까지 요원한 희망일 뿐이어서 치료를 통해 어느 만큼 불편을 덜수 있을지 알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려면 환자 자신도 정맥류가 왜 생기는지 그대로 두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현재 어떤 치료가 가능한지 자세히 이해해야 한다. 좀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치료전에 의사는 마치 공부시키듯 여러번 설명하여 질병이해 정도가 낙제점(?)이라고 생각되면 치료하기를 주저하게 된다.

정맥류는 왜 생길까? 그리고 왜 주로 다리에 생기는 걸까? 심장에서 나온 피는 온몸을 돌아 다시 심장으로 돌아가는데 다리를 돌아온 피가 심장으로 돌아가려면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므로 무언가 거꾸로 흐르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그 옛날 땅속에서 물을 퍼올릴때 쓰는 펌프의 밸브처럼 정맥에도 군데군데 이런 밸브(판막)라는 것이 있어 피의 역류를 막아 준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 밸브의 기능이 망가져 피가 거꾸로 흐르게 되면 그 아래 쪽에 혈관이 압력을 받게 되어 확장되고 구불구불 피부가 튀어나오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정맥류다. 당연히 다리쪽에 주로 올 수밖에 없고 손등의 굵은 혈관은 엄밀한 의미에서 정맥류라고 보기 어렵다. 남자보다 여자에 더 많이 오는 것은 호르몬의 영향도 있지만 임신중에 복부의 압력이 올라가 피순환을 방해하므로 판막 손상을 더 잘 받기 때문으로 생각되며 같은 이유로 오래 서서 일하는 사람에서 더 많이 생긴다.

증상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그저 보기가 좀 흉한 것부터 부종, 피부염, 다리 저림, 피곤감 등이 있고 심하게 되면 피부궤양이나 출혈 괴사 등이 생길수 있다. 손상된 판막을 교정해 주고 늘어난 혈관을 줄여주면 이상적인 치료가 되겠지만 지금 그런 방법은 불가능하다. 우선 초음파를 이용하여 어느 부위의 판막이 손상되어 피가 역류하는지를 정확히 찾아낸 다음 혈관의 굵기와 위치 등을 고려하여 치료법을 선택하게 된다. 치료법으로는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로 나눌 수 있고 비수술적 치료에는 약물경화요법, 고주파요법, 레이저 요법 등이 있다. 결과에 만족하려면 나의 기대가 무엇이고 어디까지 가능할까에 대해 의사와의 충분한 상담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이현동·외과전문의·제민일보 의료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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