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IMF충격은 경제를 구성하는 모든 주체들에게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큰 타격을 받는 분야가 畜産業이 아닌가 한다.

사료를 100%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나라 축산업의 구조로 인해서 IMF충격은 거대한 태풍과도 같은 것이었다. 1달러당 한 때 1,800원까지 치솟았던 고환율로 인해서 사료값이 kg당 266원에서 326원까지 오르는 바람에 생산비 급상승으로 축산농가는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축산업은 살아있는 동물을 다루는 것이라서 하루에 한끼라도 사료를 주지 않으면 안되므로 매일 매일 적자가 누적대는 줄 알면서도 그만 둘 수가 없어서 고통은 더욱 큰 것이었다.

여기에 IMF충격으로 소비자들이 육류에 대한 소비가 크게 감소하였다. IMF전에는 1인당 육류소비가 29.3kg이였는데 '98년에는 28.1kg으로 무려 1.2kg이나 감소하였다. 소비감소에 따라서 축산물 산지가격은 폭락이 계속되어 축산업 기반이 흔들거릴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환율이 안정되고 소비가 증가추세로 돌아서므로 인해서 '99년도 하반기부터 육류소비도 증가하고 산지가격 역시 안정세를 되찾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막 축산농가가 IMF의 암흑과 같은 터널을 벗어나고 있구나 하는 희망을 갖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지난 3월 26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발생한 수포성 질병인 구제역(口蹄疫)으로 인해서 축산농가는 또다시 제2의 IMF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구제역이란 발굽이 두개로 갈라진 동물에서 발생하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입과 발굽에 물집이 번지면서 앓다가 죽게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97년 대만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인해서 돼지 380만 마리를 도살하여 수출길이 막히고 양돈관계 종사자 18만명이 실직하는 등 직·간접 피해액이 41조억원에 달했었다.

구제역이 발생하자 우리나라 돼지고기의 최대 수입국가인 일본이 제빠르게 육류수입을 금지한다는 발표를 하게 됐고 이에 따라 돼지와 소값이 급락하고 소비도 줄어드는 등 그 여파가 업계 전반에 걸쳐 빠른 속도로 나타나고 있다.

구제역이 서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했고 그나마 최근에 진정기미에 접어 들고 있어 천만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구제역 파동으로 소비가 줄어들자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사회각 단체가 "육류소비확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구제역은 사람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사 구제역에 걸린 육류를 먹어도 사람에게 피해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려움에 처한 축산농가를 도와주고 위기의 제주 축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 운동이 1회용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꾸준히 적극적으로 펼쳐나가야만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도당국은 제주도가 육지부와 떨어진 섬이라는 점과 청정지역임을 강조하고 일본과 협상하여 제주도산 돼지고기만큼은 하루 빨리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기 바란다.

제주축산업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전통적 산업이다. 오늘날에도 2만여명을 고용하고 있고 조수입 2,000억원에 축산관련 산업까지 포함하면 4,000억원이나 되는 지역경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산업이다. 그리고 축산물에서 나오는 퇴비는 토양을 살리고 기름지게 하는 지역복합영농에 중요한 자원이기도 하다. 이렇게 소중한 제주의 축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 축산업을 살리는데 우리 모두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강지용·제주대교수·농업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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