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막연한 '예감'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초래한다.1929년 10월24일 이른바 '암흑의 목요일(Black Thursday)'이라 불리는 미국의 대공황이 바로 그렇게 시작했다.

 그해 10월의 어느날, 한 노신사가 월가의 뒷골목에서 구두를 닦고 있었다.무심코 구두닦이들이 나누는 얘기를 엿들었다.주식 거래에 관한 이야기 였다.노신사가 구두를 닦는 등 마는둥하고 증권시장으로 내달았다.그리고 그는 막대한 금액의 주식을 모두 내다 팔고 말았다.주변이 이상한 시선으로 그를 예의주시했음은 물론이다.그는 훗날 대통령이 된 케네디의 아버지 조셉 케네디였다.아이레에서 신대륙으로 건너와 증권투자등으로 거부가 됐고 그 부(富)를 바탕으로 아들 존·F 케네디를 대통령으로 만든 신화적인 존재였다.

 주식을 한꺼번에 내다판 그의 지론은 이랬다.구두닦이 소년들까지 주식거래에 손을 대고 재미를 볼정도면 주식은 이미 호황의 끝이다.그리고 호황의 끝은 불황의 시작이다는 것이었다.하지만 그의 지론은 논리적 근거에 의존한 것은 아니었다.오로지 막연한 예감에 의존한 것이었다.그리고 그 '막연한 예감'들이 줄을 서면서 뉴욕 월가는 하루아침에 파국으로 치달았다.그랬다.뉴욕월가의 주가 폭락사태는 호황이 언젠가 불황으로 돌아 설 것이란 투자가들의 막연한 예감에서 비롯됐다.앞서의 노신사와 같은 투자자들이 하나 둘 늘어가면서 너도 나도 할 것없이 주식을 내 놓았다.그러나 그들의 주식은 내놓을수록 휴지조각으로 변하고 말았다.증권파동은 곧 금융가 전반으로 확산됐다.하루에도 수백개씩 수천개의 은행들이 쓰러졌다.자본주의 사상 미증유의 '대공황'은 그렇게 시작했다.

 엊그제부터 전세계 지구촌이 '암흑의 월요일(Black Monday) ' 비상을 발령했다.지난주 뉴욕 증시 대폭락에 영향을 받아 전세계 주식시장이 연쇄 폭락할지 모른다는 뉴욕발의 불길한 예감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뉴욕 증시의 폭락장세가 공황의 전조인지,아니면 거품제거를 위한 조정국면인지 더 두고볼일이라고 한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그 때와는 다르다는 사실이다.20년대 보이지 않는 손에 의존하던 자유방임주의 체제와는 달리, '보이는 손'에 의한 어느정도의 통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그런 만큼 과거와 같은 비극은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투자자들로서는 그야말로 '주식을 내다 팔것인가,말것인가' 그것이 문제인 피말리는 시간들이다.<고홍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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