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 4·3취재반의 4·3대하실록 「4·3은 말한다」제5권 일본어판 「제주도4·3사건 제5권 초토화 작전(중)」이 4·3 52주기를 맞아 일본 신간사(新幹社·대표 고이삼)에서 출간됐다.(값 4000엔) 95년 1권 「제주도 4·3사건-조선해방부터 4·3전야까지」,96년 제2권「제주도 4·3사건-4·3봉기부터 단독선거까지」,97년 제3권 「제주도 4·3사건-유혈참사의 전초전」,98년 「제주도 4·3사건-초토화작전(상)」에 이어 다섯 번째 나온 것이다.

제주출신 재일동포 3세 강성율씨(35) 번역으로 출간된 이 책은 제주섬에 엄청난 유혈사태를 일으킨 초토화 작전의 한복판을 관통하고 있다.

1948년 11월 17일 이승만 대통령이 선포한 불법계엄령으로 인해 제주섬은 광풍의 역사로 점철됐다.서너살 아이부터 80대 노인까지 마을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학살돼 2만여명의 무고한 생명을 빼앗겼고,1백여 중산간 마을과 가옥 3만채가 불에 탔다.이런 엄청난 유혈사태를 겪었지만 반세기 동안 제주에선 4·3의 실상은 커녕 무참하게 왜곡된 채 지하에 묻혀있었다.

4권 말미에 수록됐던 ‘초토화 작전의 실상-조천면’에 이어 구좌면 성산면 표선면 남원면 서귀면 중문면 안덕면 대정면 지역의 마을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당시의 참혹상이 생생하게 기록돼 전율을 느끼게 한다.

새벽에 갑자기 토벌대가 마을을 덮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학살을 자행한 가시리,18살부터 40살까지 남자를 총살해 지금은 70대 남자노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토산리 주민들의 가슴 아린 증언이 울분을 느끼게 한다.

할아버지와 손자를 세워놓고 서로 뺨때리기를 시킨 일이라든가 총살자의 가족을 앞줄에 세워놓고 부모형제가 총에 맞아 죽을 때 만세를 부르도록 강요한 일 등 입에 담지못할 ‘광기’가 제주 곳곳에서 벌어졌다.

토벌대에 들키지 않으려고 아기입을 틀어막았다가 자식을 질식사한 어머니의 사연,남편의 흔적을 찾아 육지 형무소를 전전한 이야기,집단학살 장소에서 남편의 시신을 찾다 눈이 멀어 50년을 암흑세계에서 보낸 할머니의 사연 등 유족들의 뼈아픈 사연들이 눈물겹게 읽힌다.

강성율씨는 “제주도를 고향으로 지닌 재일동포 3세로서 4·3사건은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일이며,사건 발굴에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번역에 임했다”고 전제하고,“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증언의 생생함에 압도당하고,다시금 이 4·3사건의 처참함과 민족에게 남긴 상처의 깊이에 대해 재인식하게 됐다.비극을 초래했으면서도 지금도 그 진상 해명을 방해하고 있는 민족분단을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역자후기에서 밝혔다.

강씨는 오사카 출신으로 오사카외국어대학에서 조선어를 전공하고,재일동포 민족문화패 ‘마당’에서 활동하고,현재 오사카부립 도곡 고교 정시제 야간부에서 조선어를 가르치고 있다.<김순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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