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여름 더위가 이렇게 심하지는 않았다. 옛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겨울에 사나흘 바짝 춥고 날이 풀려 이른바 삼한사온(三寒四溫)이요, 여름에도 사나흘 덮다 싶으면 다시 사나흘은 시원해지는 삼서사냉(三書四冷)이 우리 나라의 전형적인 날씨였다. 그런데 지구가 바뀌긴 바뀐 모양이다. 요즘 사람들이 에어컨 없던 시절에 비해 호들갑을 떨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볼 수는 있겠지만 역시 심하긴 심하다.

더위를 안 먹으려면 첫째가 꼭 조석을 챙겨 먹어야겠다. 입맛 없다고 대충 걸렀다가는 체력이 부쳐 더위를 이기지 못한다. 무슨 음식이든지 좋으니 요기를 하고 움직여야겠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여름 음식으로 먹던 외, 수박, 밀가루 음식등은 성질이 약간 찬 데 가까우니 자연스레 더위를 이기는데 도움이 된다. 이 땅의 혜택이요 선조들의 지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감정 조절이다 최근에 어떤 유명한 인사가 평소에 혈압이 좀 있다 뿐이지 체격이 좋아 젊은 사람들이 오히려 부러워할 정도인데 갑자기 세상을 버린 일이 있었다. 다름 아니라 아침에 사무실에 출근했는데, 부하 직원이 자기와 등급의 자격증을 딴 탓인지 요즘 약간 기가 세어지는 듯하더니, 이 날은 아침부터 사소한 일에 말대꾸를 하는 폼이 영 비위가 거슬려 화를 벌컥 내버렸다. 그게 그분의 마지막이다. 한 순간에 생명이 이렇게 왔다갔다하니 정말 주의해야 되지 않겠는가!

한의서에 " 積於夏(벽적어하)하면 使人煎闕(사인전궐)’이란 말이 있다. 여름에 열 받으면 더 잘 넘어간다는 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란 말과 비슷하다. 부인들 치마가 접어지는 모습이 적벽인데 치마 주름 잡듯이 감정이 우리 몸을 옭아맨다는 뜻이다. 더구나 여름은 우주 공간에 열이 제일 많을 때라 조금만 기분이 언짢아도 숨이 가빠고 땀이 난다. 그런데 성을 왈칵 내던지 긴장을 많이 하든지 노력을 과하게 하든지하면 사람으로 하여금 전궐이라, 찌고 쪄서 그만 열이 위로 기어올라가 가령 뇌에 혈관이 막히든지 터지면 급사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수탉도 보통 때는 털이 곱상하다가도 싸우려고 맞서 있을 때는 깃털을 바짝 세운다. 하물며 가장 예민한 사람은 어떻겠는가? <장문규·한의사·제민일보 한방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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