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피부병이 스트레스 때문에 재발하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농포성 건선은 고열을 동반하며 갑자기 악화되는 경향이 있는 중증의 피부질환인데, 이 병으로 필자에게 치료를 받으러 다니던 30대 여성 환자가 있었습니다. 정확한 치료를 받으면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호전이 되는데, 가끔씩 갑자기 온몸에 증상이 심하게 재발해서 병원을 찾아오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혹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눈물을 흘리면서 집안 얘기를 합니다. 한마디로 고부간의 갈등 때문에 매우 괴로운 생활을 하고 있고, 남편마저도 별로 도와주질 않아서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답니다. 병원에 치료받으러 오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할 지경이었습니다.

한동안 자주 재발하여 치료받으러 다니다가 2, 3년이 지난 어느 날 남편과 함께 나타났는데,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띠고 두 팔에는 갓난애를 안고 있었습니다. 재발이 되어서 온 것이 아니라 아기를 진찰받으러 온 것이었습니다. 환자 스스로“집안에서 이해해주고 정신적으로 안정이 되고 나니 증세가 재발이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경우였습니다.

이와는 달리 대개의 경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여부를 물어보면‘신경 쓸 일없다’고 부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그 정도 신경 안 쓰고 어떻게 삽니까?’라고 대답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

부처님이 일찍이“인생은 괴로움”이라고 설파하였지만, 엄마 뱃속에서 세상으로 나올 때 미소를 짓는 아기는 없습니다. 즉 모든 인간은 탄생하는 순간부터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아니, 그 이전부터 스트레스를 받아 왔을 것입니다.

스트레스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인간의 성장과 발육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는 병의 원인이나 악화인자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여러 가지 질병이 자꾸 재발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전혀 안 받고 일생을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내 몸에 여러 가지 병이 생기는 것이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기만 하더라도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송동훈·피부과 전문의·제민일보 의료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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